- ‘달인’ 김병만, 가끔은 약하더라도 응원해주자

[서병기의 프리즘] 예능은 사람들을 웃기고 즐거움을 주는 영역이다. 하지만 요즘은 예능에서 웃음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며 감동까지 주는 연예인들도 있다. 김병만은 예능에서 노력과 성실이라는 가치를 실현시켰다.
 
TV 예능이란 성실과 노력으로 되는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김병만은 노력과 성실로 뱁새가 황새를 따라 잡을 수 있고,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니 가랑이가 찢어지는 게 아니라 다리를 빨리 움직여 작은 보폭으로도 계속 가면 따라잡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거북이도 쉬지 않고 가면 토끼를 추월한다. 언뜻 보면 저효율인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그의 성공 뒤에는 남보다 못한 조건을 오로지 땀과 노력으로 극복한 그만의 치열한 인생스토리가 숨어있었다. 그 고통과 인내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남을 웃기는 방법에는 크게 말로 웃기는 개그형이 있고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이 있다. 김병만은 후자에 가깝다. 그의 몸개그는 넘어지고 깨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매일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하는 무술과 아크로바틱 개그다.
 
김병만은 발차기와 같은 무술과 초등학교 때 했던 기계체조, 아크로바틱을 개그에 접목시켜 자신만의 슬랩스틱을 만들어나갔다. 남들은 웃기기 위해 연습하고 있을때 김병만은 매일 올라타고 구르고 넘는 무술을 익혀야 한다. 그래서 ‘개그계의 정두홍’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가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인 ‘대결’ ‘무림남녀’ ‘무사’ ‘대결 3인방’ ‘주먹이 운다’는 모두 그런 코너였다. 이 코너들은 모두 ‘달인’을 위한 준비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들 각각의 코너를 통해 몸을 잘 쓰는 무술 개그맨에 불과했지만 ‘달인’에 접어들면서는 이들을 다양하게 접목시켜 새로운 종합 몸개그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병만은 찰리 채플린과 저우싱츠 느낌을 많이 집어넣었다고 한다. 김병만은 ‘달인’을 통해서 슬랩스틱 속에 아크로바틱을 넣고, 정교한 타이밍을 잡아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하고, 우기는 연기와 표정 연기로도 웃음을 끌어낼 수가 있었다고 자전에세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에서 고백했다.
 
여기서 김병만은 2010년 자신의 코미디를 연구한 논문 ‘인물을 통해 살펴본 한국 슬랩스틱 코미디의 특성 연구‘에 따르면 김병만의 슬랩스틱에는 찰리 채플린의 정교한 리듬과 타이밍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생산되는 계산된 웃음과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의 좌충우돌 사고뭉치 슬랩스틱, 배삼룡의 만담형태의 슬랩스틱, 심형래의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슬랩스틱의 희극적인 바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썼다.
 
김병만은 리얼 코미디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다. 4년 동안 ‘달인’을 이끌며 끈기와 집념을 몸소 실천해보이고 있다. 단 6분 나오기 위해 일주일, 어떤 아이템은 한 달간 상처가 나면서 몸으로 배우고 연습하기도 한다.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하려면 매우 힘들다.



김병만은 아프리카에 가서도 칼 하나로 하룻밤새 물고기 30마리 정도는 잡아야 돋보이는 캐릭터다. 피겨 스케이트를 신어본 적이 없어도 ‘키스앤 크라이’에 도전, 공중돌기와 리프트를 선보였다.

이런 김병만의 운명을 KBS 이응진 국장은 김병만의 자전에세이 추천사에 신들을 기만한 행위로 바위덩어리를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지만 굴러 내리고 마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 신세와 같다고 썼다. 자신의 개그를 산꼭대기로 계속 밀어올려야 하는 팔자다.

그래서인지 요즘 ‘달인’은 완급조절에 들어가 있다. 약하게 갈 때도 있다. 김병만이 강한 것을 계속 하려고 해도 서수민 PD가 말리고 있다. 매번 바위덩어리를 산 정상으로 밀어올릴 수는 없다. 이응진 국장은 “김병만이 앞으로도 10년, 20년, 50년 우리 곁에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객의 몫도 있다. 매주 기묘한 재주를 바라면 가혹하다. 그것은 버스트 키튼도 채플린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병만은 요즘 인터뷰할 때마다 “꽃은 계속 피어있지 않아요. 꽃이 지는 것이 물론 두렵죠. 꽃이 빨리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계속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10을 주고 들어온 손님에게 12, 13을 주어야지, 7, 8을 주면 안된다”고 말하는 ‘달인’이 완급 조절을 하는 뜻을 헤아렸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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