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락앤롤, ‘비긴어게인’ 윤도현이 몽트뢰에서 들려준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네 삶의 모습을 어쩌면 저렇게 짧은 경험을 통해 압축해보여줄까.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서 윤도현이 세션으로 합류한 뮤지션들에게 불쑥 버스킹을 제안하고 그래서 가진 거리 공연이 떠올리게 한 생각이다.

사실 그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세션으로 합류한 YB기타리스트 허준과 그는 멋진 버스킹을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려 17년이나 함께 해왔으니 척하면 착하는 그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물론 자신이 버스킹을 하며 얻은 음악적 경험을 허준과 공유하고픈 마음도 컸을 테지만.

그래서 불쑥 제안한 길거리 공연에 세션들이 선뜻 호응을 해줬고, 결국 그들은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는 공연장 근처에서 거리공연을 하게 됐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생각대로 굴러가던가. 특히 모든 게 완벽하다 자신하는 순간 인생은 그게 아니라며 뒤통수를 치기 마련이다. 너무 시끄러워 목소리는 물론 악기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던 것.



유희열은 그 순간 정확히 윤도현의 마음을 읽었다. 사실 그 정도 되면 그만 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더 큰 목소리로 더 세게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윤도현의 열정이 통했을까.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호응해주는 관객들을 보며 윤도현은 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갑자기 한 하모니카를 들고 온 청년이 윤도현에게 다가와 즉흥협연을 하자고 제안한 부분이다. 처음 만났고 정해진 악보도 노래도 없지만 그들은 하모니카와 기타와 드럼이 어우러진 기막힌 즉흥무대를 만들었다.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난 하모니카 청년으로 인해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고 공연에 관객들은 더욱 빠져들었다.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 여긴 순간, 모든 것들이 어긋났고, 그래서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포기를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열정을 보이는 순간 이에 호응해주는 관객과 함께 협연을 하겠다고 나선 청년이 있었다는 것. 그건 우리네 삶의 단상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나만의 완벽한 준비가 있다고 해도 세상으로 나가 저들과 함께 어우러지지 못하면 삶을 완성하기 어렵 듯 윤도현의 짧은 버스킹 공연은 저들이 함께 있어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희열은 “저게 지금까지 윤도현을 살게 한 힘”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윤도현은 그 공연을 “하모니카 부는 친구가 완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게 100인데 그 날은 1도 못나가고 있었다. 근데 그 친구가 나타나면서 1이 2,3,4 이렇게 쭉 가게 됐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양이 아닐까.

결국 이 공연은 윤도현이 굳이 도전하지 않았으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그런 소중한 경험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일단 해보는 거야 하고 부딪쳐 나가는 윤도현의 ‘락앤롤’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윤도현은 그 짧은 거리 공연을 통해 우리에게 그 도전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경험의 순간을 선사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