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이 묻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

[엔터미디어=정덕현] “네 출세를 위해 그 많은 사람이 죽은 줄 알아?” tvN 새 월화드라마 <아르곤>에서 김백진(김주혁)은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에게 그렇게 일갈했다. 그리고 그 한 마디는 의외로 그 울림이 컸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네 사회에서 벌어졌던 사건 사고와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왔던 현실에 대한 분노가 그 한 마디 속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곤>이 하필이면 첫 번째 이야기로서 건물 붕괴 참사 보도를 가져온 건 그것이 우리에게는 그만큼 익숙하면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멀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있고 최근에는 지금도 그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가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가 얼마나 제 역할을 못했는가 하는 점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가라앉았는데, ‘전원 구조’ 보도가 나왔던 당시 언론이 아니었던가.

<아르곤>에서 유명호 보도국장은 장관과 딜을 하며 팩트 보도를 하기보다는 현장 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그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팩트 체크 없는 보도를 내보냈다. 당장의 특종에 눈이 멀어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한 것. 이 보도의 힘은 막강해 순식간에 현장 소장은 붕괴된 건물에서 저 혼자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 파렴치한 인물이 되었고 그 가족들까지 봉변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명호 보도국장의 이 보도에 대해 김백진은 반발했다. 그 보도에 힘을 실어주는 추가보도를 하라는 압력이 내려오지만 김백진은 “지어진 지 1년 밖에 안 된 건물이 현장 소장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경찰 확인 없는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다”며 어떤 압력에도 진실보도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적 의심은 결국 진실로 돌아왔다. 소장이 처음부터 무리한 공사를 거절했다는 제보가 나왔고 결정적으로 도망쳤다 보도된 소장이 붕괴된 건물에서 한 학생을 구하고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백진의 소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만, 바로 이 장면은 우리네 언론의 비뚤어진 민낯을 본 것 같은 씁쓸함을 만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 역시 오보가 아닌 사실에 대한 축소보도의 의심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이다. 그렇게 엇나간 언론들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 공영방송의 총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10년 간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오며 사실 보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왜곡 보도를 일삼아왔던 그 시간들을 되돌리기 위한 사투. “회사에서 월급 받고 싶으면 대본 바꿔” 같은 대사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항간에는 JTBC 손석희 앵커가 김백진의 모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상파들이 모두 외면한 진실을 위해 팽목항까지 직접 내려가 피해자들과 소통하려 애썼던 그 면면들과, 경영진과 분리되어 어떤 외압도 없이 팩트 보도에 대한 소신을 지켜온 손석희 앵커의 면면들이 김백진이라는 캐릭터에서도 느껴진다는 것. 언론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래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렬한 열망들이 이 드라마의 김백진이라는 캐릭터에 대중들을 몰입시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