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어째서 ‘1박2일’에서는 못 보던 걸 볼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정말 우리는 많은 것들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외국인 친구들의 시선으로 보는 모든 신기한 것들을 사실 우리가 정말 대수롭지 않게 대해왔다는 사실이 주는 부끄러움.

독일청년 다니엘이 한국을 찾은 친구들을 데리고 경주로 간 까닭은 “서울이 아닌 한국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사실 우리에게 경주에 대한 기억은 부박하기 그지없다. 기껏해야 수학여행 때 단체로 가서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유적들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그 대부분의 기억일 테니.

물론 이런 편견을 깨고 경주가 가진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tvN <알쓸신잡> 경주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문학적 접근이 주는 ‘생각할 거리 많은’ 경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적 풍경 속에 담겨진 낯선 시선이 주는 특별함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담겨 있었다.



경주에 내려 차를 타고 불국사를 향해 가는 길 문득 다니엘이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리야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지만 다니엘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가를 설명해줬다. 그는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다양한 소리와 의미를 담아내는 한글이 마치 퍼즐 같다고 했고, 그의 독일친구는 쉽게 “나는 ○○○입니다”를 따라하더니 이를 응용해 “너는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패널들이 친구가 응용력이 대단하다고 말하자, 다니엘은 한글이 그만큼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불국사에 가서도 독일친구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풍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다못해 전통적인 지붕 하나도 신기해하고, 그 곳의 자연 풍광들이 “유럽정원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정원들은 인공적으로 꾸며진 부분들이 많지만 우리의 사찰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찰에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는 단청들을 보며 감탄하고, 교과서에서 그토록 우리가 많이 봐왔던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며 거기에 들어갔을 노력들을 생각한다.



대릉원의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도 모든 게 신기한 독일친구들은 연실 대능 앞에서 김치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고, 천마총에 들어가서는 그 정교한 세공이 들어간 금관 같은 유물들에 감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구조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주의 이런 유적지에 영어 설명이 없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지만, 경주 같은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 외국인에 대한 이런 배려가 없었다는 건 또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여행하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아마도 KBS <1박2일>일 것이다. 지금껏 10년이 훌쩍 넘게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전국 곳곳에 거의 족적을 남겼을 프로그램이지만, 어쩐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똑같은 경주를 가서도 <1박2일>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1박2일>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네 풍광들을 보여줘 온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마치 그들이 가는 곳을 우리가 처음 가는 듯한 낯선 설렘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것이 모두 가능해진 건 외국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하지도 또 느끼지도 못했던 둔감한 것들이 이들 타자들의 시선에서 보니 새삼 느껴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우리의 사는 모습과 여행지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차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볼까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이 가치야말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는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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