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이 있는 한 ‘썰전’ 시청률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몇 주 전 유시민 작가는 우리 사회가 정치비수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촛불시위부터 시작해 정치에 지친 면이 있고 나라도 안정됐기 때문에 정상상황으로 복귀 중이라며, <썰전> 시청률도 떨어지고 성수기 때만 못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유시민 작가, 전원책 변호사 합류 후 4%대로 점프한 시청률은 탄핵국면을 맞이해 6%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7월 전원책 변호사 이탈 이후 4%대도 위협받을 만큼 점차 내려앉는 중이다.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 국회 파행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겨울만큼 관심을 갖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썰전>의 하락세는 오롯이 이런 외부 현상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그래프가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모토로 내세운 ‘하드코어 뉴스깨기’가 컵케이크를 베어 먹는 것처럼 소프트해졌다는 데 있다.

<썰전>이 여타 정치토크쇼나 팟캐스트와 다른 희망을 담은 정치 담론으로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유시민이란 해설가 덕분이다.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은 유시민을 통해 정국을 읽는 법을 배우고, 막막함 속에서도 타개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정치비수기임에도 여전히 4%대 시청률을 수성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박형준 교수의 가세로 해설가가 둘로 늘어나면서 역할분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박형준 교수 특유의 온화한 화법과 스리슬쩍 내보이는 방어와 공격은 전면전 양상의 선명한 전투 대신 게릴라전 형식으로 바꿔버렸다. 이슈에 대한 날선 공방을 주고받기보다 칼날을 숨기고 치고 빠지는 형국으로 변하면서 <썰전>의 대립구도와 캐릭터 모두 소프트해졌다.



전원책, 유시민이 화끈한 공성전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뒤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MB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예를 들면 박형준 교수가 몸담은 MB정부가 국정원, 기무사 등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벌인 댓글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하며 정치 공세라는 식으로 맞받아쳤다. 그런데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판결 후에는 ‘잘못하긴 했지만’ 이란 한마디 단서 조항을 달고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한다. 그런 다음 연하게 웃으며 사실상 댓글이 무슨 영향력이 있냐면서 물타기를 해버린다. 가짜뉴스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정치 평론가의 말이라기엔 곤란하다. 그리고 마지막 논평으로 사과나 반성이 아니라 침소봉대를 하지 말자고 경계를 한다.

전술핵 도입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만큼 주장하는 바와 그 해설이 명확치 않다. 북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핵 균형을 맞추는데 따르는 위기와 경제손실, 외교적 고립상황에 대해서는 감내할 부분이라는 한마디로 넘어간다. 그런데 서로의 패를 확실히 꺼내고 인간적인 교류 속에서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루뭉술함 속에서 어떤 희망이나 가능성이 도출되지 않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헛돌기만 한다.



일면 코믹한데다, 언행에 거침이 없는 전원책 변호사의 직설적인 면모는 해설가를 돋보이게 하는 입담 좋은 캐스터에 가까웠다. 그가 뭉텅이로 흘리는 의제들과 살코기가 붙은 언행들은 유시민 작가가 제대로 요리해 내기에 적합한 식재료였다. 스스로도 정치권에서 몇 발 떨어져 있던 탓에 그가 대변하는 보수 진영을 향해서도 간간이 카운터펀치를 날리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하면서 진영논리를 떠나 할 말을 할 땐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시원함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는 유시민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돌이켜보면 나름 호흡이 잘 맞는 복식조였다.

여전히 유시민의 강의는 명쾌하다. 하지만 강의에서 재미란 웃음과 지식,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3요소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그 점에서 아직 새로운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고전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뚱뚱이와 홀쭉이’ 같은 서로 다른 역할과 매력을 가진 상반된 파트너 조합이 가장 안정적이고 빛을 발하기 쉽다. 한 명이 이성적이라면 한 명은 직설적이고, 한 명이 차분하다면, 한 명은 불같은. 하지만 지금 <썰전>은 두 명의 해설가가가 스스로 중계와 해설을 각자 따로따로 하는 형국이다. 유시민을 돋보이게 하는 데도, 조합으로 주는 대립의 긴장감을 불러오는 데도 모두 물러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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