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걷어내고 보면 ‘병원선’이 담은 진심이 보인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갖가지 논란과 악재들이 겹쳐져 있지만,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은 그래도 시선을 끌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병원선이라는 공간이 담고 있는 특별한 의미에서 발견된다. 이 드라마에서 병원선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까.

병원선은 소재적으로만 보면 특이한 의학드라마의 풍경이 가능한 공간인 것이 사실이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바다 위에서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수술하는 풍경이 가능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와 의사들 사이의 남다른 관계의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하지만 <병원선>이 이 공간에 담으려는 이야기는 이게 다가 아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건 이 병원선에 올라탄 의사들의 면면이 가진 특이함 때문이다. 남다른 실력을 가지고 잘 나갔지만 눈앞에서 엄마가 죽어가는 걸 바라봐야 했고 의료사고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에서 좌천되어 도망치듯 병원선으로 온 송은재(하지원)가 그렇고,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치매환자가 되어 숨어 지내는 아버지를 둔 곽현(강민혁)이 그렇다. 이들은 의사지만 또한 치유가 필요한 환자들이기도 하다.



간경화로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수술비 대신 그걸로 딸의 결혼 자금을 내주며 수술을 거부하는 박오월(백수련)이라는 무속인 환자와 송은재라는 의사가 겪는 에피소드는 <병원선>이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송은재는 박오월을 통해, 그냥 무심하게 엄마를 보내야 했던 그 죄책감을 떠올리고, 그녀의 딸을 찾아가 엄마를 살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설득한다. 그것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엄마에게 갖고 있는 죄책감을 그렇게라도 풀어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여기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역전된다. 즉 의사인 송은재가 환자를 고치는 것은 맞지만, 그런 환자의 치유를 통해 자신 역시 마음에 남겨진 상처를 치유 받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선>이 담으려고 하는 것은 도시의 대학병원에서 성공을 위해 달려오다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 주인공이 병원선이라는 낯선 시골의 공간에서 만나는 새로운 일상들을 통해 치유 받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또한 곽현이 안고 있는 내적 상처에 대한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병원선>은 그래서 병원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담은 의학드라마의 틀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우리네 도시인들이 겪는 많은 상처들과 그 치유의 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더 보편적인 공감대를 추구하고 있다. 송은재나 곽현 같은 인물들이 사실상 우리의 자화상에 가깝다는 것. 세상에 메스를 들고 그 능력을 펼쳐내며 성공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 자신들이 치료가 필요해질 만큼 상처받고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병원선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사실 너무 많은 논란과 악재들이 터져 <병원선>은 그 하려는 진짜 메시지들이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많은 오점들이 주는 불편함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하려는 진심이 가려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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