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표, 어떻게 ‘좋은 아빠’의 대명사가 됐을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을 통해 꼬마 스타가 된 지웅이, 하은이 남매. 바로 연기자 정은표 씨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높은 아이큐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지난 5일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이하 <좋은 아침>)에서는 정은표 씨 가족을 초대해 ‘평범한 생활 속 우리 아이 영재 만들기’라는 주제로 이 가족의 사는 모습을 구석구석 들여다봤다.

지웅이는 IQ 167, 하은이는 156, MC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이렇게 머리가 좋아지느냐고 묻자 아이들의 대답이 가히 우문현답이다. “우리 아빠가 자유롭게 키워주셔서 그런 건데요? 그냥 풀어놔요, 강아지처럼.” 교육 전문가로부터 영재로 키우는 부모라는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정작 부모인 정은표, 김하얀 씨는 그 비법을 알지 못한다. 특별한 계획 하에 목적의식을 갖고 자로 재듯 기른 것이 아니라 그냥 가훈 ‘재밌고, 신나게’대로 즐겁게 살아가다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영재로 자라 준 것이니까.

물론 아이가 뱃속에 있을 적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거나 거실 한 면을 빼곡히 메운 책들, 아이들의 독서를 돕기 위해 사진으로 가려놓은 TV, 혹은 아이들의 예기치 못한 행동들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부모가 눈높이를 맞춰 함께 놀아준다든지, 그런 몇몇 가지 특별한 점들이 ‘영재 만들기’의 비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히 정돈 않고 책을 들쑥날쑥하게 꽂아둔 것이 실은 아이들이 책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비법이었다더라.’는 김하얀 씨의 말처럼 이 가족은 별 목표 없이 그저 화기애애하니 재미있게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굳이 가리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먹이려 드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뭘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주길 바랐던 것도 아니다. 아이들 말마따나 자유롭게 내키는 대로 한데 뒤엉켜 살을 부딪치며 살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남다른 IQ를 갖게 된 것.

그렇다면, 과연 누구나 정은표 씨네 가훈 ‘재밌고, 신나게’에 따라 살다보면 영재가 될 수 있는 걸까? 그럴 리가 있나. 따로 목적이 있는 ‘재밌고, 신나게’여서야 정말 즐거울 리 없다. 마치 놀부가 흥부를 따라 하려고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격이지 않겠는가. 아무리 다른 부모들이 정은표 씨 가족을 따라하려 해도 아니 되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어머니 김하얀 씨에게 있지 싶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어머니의 유쾌함에 있었는데 한 여성의 긍정적이고 지혜로운 품성이 어떻게 한 남자를 바꿔놓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녀들을 머리 좋고 사회성 좋게 길러내는지, 김하얀 씨는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김하얀 씨를 만나던 서른일곱 살까지 정은표 씨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가난한 무명의 배우이자 혼기를 놓친 노총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12살이나 어린, 밝고 쾌활한 성격의 김하얀 씨의 프러포즈에 결혼 결심을 했고,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좋은 아빠의 대표로 급부상하게 됐다. <좋은 아침>을 통해 보여준 가족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아이들을 향한 아빠의 무한 애정 표현이었는데, 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감성어린 사랑이 바로 아이들 교육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빼어난 IQ를 지닌 아이들인지라 욕심을 내 심도 있는 영재 교육에 앞장설 법도 하건만 똑똑한 아이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그래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지웅이, 아빠보다 유명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하은이의 소망을 지지해주는 좋은 아빠다.

아마 정은표 씨의 연극 무대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김하얀 씨는 남편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봤던 모양이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남자가 어떻게 내 남자가 됐지’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김하얀 씨의 말을 듣다보니 시청자인 나조차 그새 세뇌가 되었는지 정은표 씨가 뭔가 모를 멋진 구석이 있는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평강공주와 온달의 일화처럼, 마치 동화 속 가족처럼 행복하게 살게 된 정은표 씨네. 매일 같이 으르렁대며 서로 헐뜯는, 그러나 딱히 불편 없이 살아가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안내상 가족과 어쩜 이리 다른 모습인지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정은표 씨네 보다는 안내상 가족 쪽에 훨씬 가까운 우리 집, 아내로서 부모로서의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만드는 아침이었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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