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의 성공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의 첫 장면은 해변에 서 있는 이효리다. 민소매 셔츠에 수영복을 입은 이효리는 바다를 향해 걸어간다. 카메라는 천천히 한때 아이돌스타였고 섹시 아이콘이었던 이효리의 뒤를 밟는다. 이효리는 바다에 뛰어들어 제주의 바다 안에서 헤엄친다. 카메라는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지듯 떠밀려 간다. 그 순간 흘러나오는 음악은 신비롭고 편안하다.

맨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뭐 이리 거창하게 폼을 잡는 걸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이 예능은 오직 이효리에 의지해 시선을 끌어보려는 흔하디흔한 셀러브리티 다큐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은 의혹도 들었다.

물론 그런 생각은 곧바로 화면이 바뀌고 오랜 반려견 순심이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는 화장기 없는 이효리가 등장하면서 달라진다.



“순심아, 이제 너 TV 나올 거야.”

순심이에 이어 곧바로 이효리의 남편인 이상순이 카메라에 잡힌다. 이어 이효리와 함께 거주하는 수많은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등장한다. <효리네 민박>에서는 또다른 스타도 등장한다. 게스트하우스 알바생으로 일하는 아이돌스타 아이유다. 허나 이 프로그램에서는 스타 아이유보다 ‘지은’이가 더 잘 어울리는 알바생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안에 녹아든다. 이효리와 이상순과 마찬가지로 <효리네 민박>에서 지은이는 단 걸 좋아하고 희한한 걸음걸이에 종종 어리바리한 알바생일 따름이다.

이어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오는 수많은 게스트들이 등장하지만 여기에서도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게스트들은 각자의 소소한 사연들을 조심스레 풀어놓기도 한다. 우정에 대한 이야기, 장애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 삶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 등등은 하지만 이 예능프로에서 드라마틱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타인의 말을 듣고 타인에게 공감해 주거나 아니면 타인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약간의 배려를 해주는 순간으로 흐른다. 이처럼 <효리네 민박>은 게스트와 민박집 호스트가 된 이효리네 가족과의 이야기를 무심하게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처럼 그냥 보여주기만 한다. 그런데 그 순간들이 참 예쁘다.



<효리네 민박>의 성공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아마 초반의 높은 시청률은 톱스타 이효리의 숨겨진 제주생활을 훔쳐보고픈 관음증이었을 것이다. 이어 그의 남편인 뮤지션 이상순 특유의 여유롭게 편안한 매력에 이 프로그램의 재미가 배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효리네 민박>은 그냥 틀어놓으면 편안해지는 그런 방송으로 대중들에게 스며들었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냥 쉬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여행지에서의 일상 같은 그런 느낌으로.

허나 다시 곱씹어보면 이 모든 중심에 여전히 이효리가 있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다재다능한 연예인답게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이 보여주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누구보다 탁월하다. 그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분위기를 창조하는 데는 탁월한 엔터테이너인 셈이다.



게스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스타 이효리가 아닌 민박집 주인 이효리로 느끼게 하게끔 만드는 능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긴장의 굴곡이 없는 프로그램에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착한 척하지 않고 예쁜 척하는 것도 아니지만 화장기 없는 얼굴로도 본인의 매력을 어필할 줄 안다.



프로그램이 마지막을 향해 가는 지난 12회에서 이효리는 게스트들의 멘토 역할은 물론 이 프로그램의 주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대학만 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삶의 우울함을 느끼는 젊은 여대생들에게 그녀는 자신의 자존감 없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스스로를 예뻐해야 예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본인과 비슷한 또래인 영업사원에게 남에게 보이는 얼굴을 신경 쓰지 말고 우선 ‘나’만 생각하라고 조언해 준다.

또한 남편 이상순의 허벅지에 걸터앉은 이효리는 남편과 함께 <효리네 민박>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말한다.

“나는 가수로 성공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

“그냥 사는 거지.”



이쯤에 이르면 <효리네 민박> 첫 바닷가 장면이 조금은 다르기 읽힌다. 우리는 어쩌면 악착같이 땅에서 노동하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출렁이는 바다를 유영하며 여유롭게 흐르기 위해서도 살아가는 존재. 그러니 바다에 뛰어든 이효리의 모습은 <효리네 민박>의 메시지를 아우르는 풍경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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