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효리네 민박’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벽녘 해도 뜨지 않은 어둑한 시간, 이효리와 이지은은 일찍부터 일어나 요가를 하러간다. 차 한 잔으로 잠을 깨워가며 가는 길, 이효리는 문득 요가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찍부터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늘 어깨가 굳어 통증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요가란다. 그러면서 몸을 비틀고 꺾는 요가가 아프지만 그래도 그걸 하는 이유는 삶이 더 아파서라고 말한다. 삶이 주는 무게감이 어깨를 짓눌러 만들어낸 통증을 그는 그렇게 다시 몸을 되짚어 이겨내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요가는 그래서 ‘삶의 균형’이 아닐까 싶었다. 그 무게가 비틀어놓은 걸 다시 되돌려 놓는.

이제 2주간의 민박을 끝내고 종영을 앞두게 된 JTBC <효리네 민박>. 문득 이지은은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를 떠올린다. 바로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이효리는 그 때 이지은의 조금은 어두웠던 얼굴을 이야기한다. 그 땐 어두웠는데 차츰 밝아졌다. 그런데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고. 그러자 이지은은 끝이 다가오고 있어서라고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돌아보면 이효리와 이지은은 참 다른 사람이었다. 뭐든 자신을 잘 드러내고 외향적인 성격을 보이는 이효리와 조금은 내성적이면서 오히려 깊이 자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곤 하던 이지은. 패들 보드를 타러 바다에 가서도 두 사람은 너무나 달랐다. 마치 모아나처럼 보드 하나에 훌쩍 올라 바다로 나가는 이효리와 바다에 발만 담근 채 그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이효리를 바라보는 이지은. 하지만 그렇다 다른 존재여서 오히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이효리와 남편 이상순 역시 참 다른 사람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효리는 만일 이상순과 이지은이 함께 살면 싸울 일이 없을 거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이지은은 “그런데 그러면 서로 반할 일도 없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달라서 툭탁거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 이효리는 달라도 싸우지 않을 수 있는 건, 꼭 모든 걸 같이 하려고 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같이 살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큼 균형 잡힌 부부의 삶이 있을까.



이효리는 보드 위에서도 균형을 잘 잡았다. 잔잔해 보이지만 막상 서게 되면 느껴지는 흔들림을 버티기보다는 잘 타는 느낌. 균형은 그렇게 자신의 자세를 고집하기보다는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그 낯선 흔들림과 자신이 어우러지는 데서 만들어지는 듯싶었다. 그는 혼자 보드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자유롭게 놀았고, 돌아와 남편 이상순과 함께 다시 바다로 나가 즐거운 한 때를 가졌다. 그 ‘따로 또 같이’가 이 부부가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유처럼 보였다.

마지막 밤 이효리가 만든 곡을 이지은과 함께 가사를 쓰고 이상순의 연주를 더해 완성시킨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노래 가사에도 “너무 달라”하고 말하지만, 또 “너무 같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 노래는 잘도 어우러진다. 각자 노래하던 그들은 어느새 그렇게 한 자리에 앉아 같이 노래하고 있고, 그 노래 속의 서로 다른 목소리와 감성들은 기묘하게 잘도 어우러져 조화로운 느낌이 묻어나온다.



<효리네 민박>이 2주간 보여준 것이 바로 이런 조화와 균형이 주는 행복감이 아니었을까. 각박한 도시의 치열한 삶이 우리의 어깨를 짓눌렀던 그 무게감을 민박집에서의 며칠로 잠시 풀어놓는 일. 나만의 삶 속에서 홀로 외롭게 걸어왔던 그 길에 불쑥 들어온 민박집 사람들과의 즐거운 한 때. 너무 다른 사람들이지만 얘기하다보면 또 너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됐던 모닥불 가에서의 수다들. 그런 것들이 있어 우리는 저들이 보여준 2주간의 시간 속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마침 꿈같은 시간들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있어 다시 돌아와 살아갈 현실들을 버텨낼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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