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그 끝의 빈자리에서 우리가 발견한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가 사는 삶이 저렇지 않을까. 마지막에 가서야 그간 지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새롭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의 어색함이 같은 공간 같은 공기를 마시며 조금씩 풀어지고, 그래서 익숙해지고, 이제 편안해져 같이 있다는 것조차 실감이 안날 때 즈음 그 마지막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것 같다고. 이효리와 이상순은 그러나 그 끝은 우리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JTBC <효리네 민박>은 누구나의 삶의 단면들을 짧게 잘라서 깊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삶 전체의 모습까지 발견하게 된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생각해보면 그 제주도 민박집 안에서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지은이 함께 하고, 그들을 찾아왔다 떠난 손님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압축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친해지고 그리고 헤어지며 그 과정에서 남는 기억들.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직원으로 왔던 이지은 또한 떠나자 그 왁자했던 민박집은 새삼 정적이 흐른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는 그 정적이 새삼스럽다. 이효리는 “시끄러운 것도 좋고 조용한 것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은 둘만 덩그러니 남은 집이 쓸쓸해 보이고 또 삶이 그렇게 허무하게 빈자리만 남기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조용함을 조용함으로 느끼게 해주는 건 시끄럽게 왔다 간 손님들 덕분이고, 또 시끄러움을 시끄럽게 느끼게 해주는 건 아무도 없을 때 그 빈자리를 채워줬던 정적 덕분이다. 그들이 있던 곳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그 공간 그대로는 아니다. 공간 곳곳에 남은 왔다 간 사람들의 흔적과 온기 같은 것들이 기억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떠나며 남긴 이지은의 편지를 읽으며 굉장히 쿨한 척 하던 이효리와 이상순은 새삼 말이 없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들 역시 빈자리는 더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지은이 편지에 담은 ‘같은 데 다른 지은이’라는 문구가 새삼스럽다. 아마도 이지은 역시 떠날 때 짐짓 밝은 척 경쾌한 발걸음을 보였지만 어딘가에서 이 집과 그 집주인들과 그 집에 왔다 간 사람들이 그리워할 지도 모른다.



모두가 떠나간 빈자리에는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남았고, 또 늘 그들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줬던 반려견과 반려묘들이 남았다. 사진 속에 찍혀진 얼굴들이 이야기를 건네고 예전부터 함께 있던 개들과 고양이들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의 이야기까지 더해 그들의 기억을 일깨운다. 후기로 전해진 손님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들은 떠나오면서 벌써부터 그곳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이 곳의 기억으로 일상을 좀 더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면 느껴지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전부가 아닐까 싶었던 그 마음이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의 마지막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각자 저마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힘겨움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며 온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버티기 힘들 것 같은 상황도 넘어서곤 한다. 결국은 끝이 오고야 말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건 아니다. 많은 기억들이 드리워져 있어 우리는 생각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니. <효리네 민박>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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