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이 8부작? 16부작을 해도 못 담을 내용인데..

[엔터미디어=정덕현] 벌써 끝나는 건가? 아마도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을 보던 시청자들은 오늘이 그 마지막 방송이라는 데 놀랄 지도 모르겠다. 뭔가 이제 막 시작하려 하는데 끝이라니. 아니 어찌 보면 아직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도 보인다.

이연화(천우희)가 혼자 취재해온 미드타운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이 마지막 회를 장식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단 한 회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드타운 비리는 정관계는 물론이고 HBC의 사장까지 연루된 거대한 게이트. 이런 소재를 어떻게 한 회 만에 정리해낼 수 있을까.

<아르곤>은 검찰 내부 또한 미드타운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마치 저 <비밀의 숲>의 한 대목 같은 느낌을 주었다. <비밀의 숲>은 단 하나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그 이면에 깔린 검찰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찌 보면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소재를 <아르곤>이 한 회에 담겠다는 건 그래서 무리수처럼 보인다.



애초부터 <아르곤>이 8부작이라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백진(김주혁)이라는 팩트중심주의자 앵커라는 캐릭터가 확실하고, 그를 돕는 베테랑 기자 신철(박원상)과 베테랑 작가 육혜리(박희본) 역시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게다가 ‘아르곤’ 팀의 기자들, 심지호(엄민호), 허종태(조현철), 오승용(지윤호), 박남규(지일주)는 물론이고 막내작가 이진희(박민하)까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게다가 유명호(이승준) 보도국장 같은 출세 지향적인 기자가 김백진과 만들어내는 대립구도도 팽팽하다. 여기에 이연화라는 시용기자의 짠내 나는 <미생> 같은 성장기도 흥미롭다. 이 정도 캐릭터 배치와 구도를 구축해놓고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낸다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시청자들은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봤는데 “8부작이라는 게 정말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대체 어떻게 끝내려고” 8부작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시즌2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시즌2가 얼마나 제작하기 어려운 일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배우들까지 모두 시간을 맞춰야 하는 일이고, 출연료 문제 같은 것들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결국 이렇게 8부작 안에 모든 걸 우겨넣다 보니 이야기는 좀 더 깊게 들어가지 못한다. 예를 들면 육혜리와 신철이 급작스럽게 관계를 맺고 아르곤이 위기에 처하자 채수민(신현빈) 변호사가 그 문제를 홀로 육혜리가 떠안고 떠나게 만드는 상황은 너무 급하게 전개되어 극적 갈등 상황들이 보다 깊게 다뤄지지 못했다. 또 분유회사와의 언론전을 치르는 상황을 전개하다 보니 이연화의 이야기는 변죽만 때리는 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분량은 사실 그 내용을 좌지우지한다. 제아무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도 분량이 짧다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르곤>은 아무리 봐도 8부작 꺼리의 소재가 아니다. 16부작을 해도 다 담아내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고, 그 이야기들이 건드리는 사회적 함의도 적지 않다. 도대체 <아르곤> 같은 이야기가 기존 멜로드라마들도 16부작을 내는 상황에 왜 반쪽짜리 편성을 받게 된 것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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