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과 수지, ‘당잠사’가 깨운 연기자의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배우는 작가를 잘 만나야 제 매력을 발휘하게 되는 걸까. 박혜련 작가의 새 수목드라마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에서 첫 회부터 이종석과 수지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사실 이 두 배우는 모두 박혜련 작가와 인연이 깊다. 수지는 <드림하이>로 박혜련 작가와 인연을 맺었고,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로 박혜련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당잠사>는 판타지와 현실을 엮어내는 박혜련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소년이 주인공이었고, <피노키오>에서는 마치 사진을 찍듯 모든 걸 기억해내는 소년과 거짓말을 하면 딸국질을 하는 소녀가 주인공이었다. 이번 <당잠사>는 예지몽을 꾸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첫 회에 <당잠사>는 꿈꾼 대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홍주(배수지)와 그녀가 일어날 일을 꿈꾸게 된 재찬(이종석)이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관계를 맺게 되는 그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홍주 대신 운전을 한 이유범(이상엽)이 사고를 내고 그래서 혼수상태로 병실에 눕게 된 홍주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녀의 엄마 윤문선(황영희)이 과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그래서 홍주 역시 건물 옥상에서 자살하는 꿈을 꾸게 된 재찬이 그대로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걸 느끼면서 사고를 막는 과정.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어떤 불행한 사건 사고를 미리 꿈으로 예지한 인물이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간절함 때문이다. 누구나 어떤 사고를 겪었을 때 한번쯤은 그 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만일 그런 말이나 행동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 <당잠사>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간다.

타임리프라는 시간을 되돌리는 설정이 한 때 드라마의 트렌드가 되었던 이유는 그 과거로 돌아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결과를 바꾸려 하는 간절한 욕망이 거기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잠사>는 타임리프의 방식을 예지몽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려낸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일을 미리 꿈으로 알게 되고 깨어나 현재에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런 이야기 설정에 특히 지금의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건 워낙 우리가 많이 겪었던 사건 사고들 때문이다.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부터 멀게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사고들이 남긴 트라우마는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에 지금까지도 선연한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니 <당잠사>의 인물들이 보이는 간절함은 남 이야기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박혜련 작가는 이처럼 판타지적 캐릭터를 활용하지만 그 캐릭터 속에 현실적인 정서나 감정을 투영해 넣는 것으로 마법 같은 힘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작에서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이종석도 수지도 이 작품의 캐릭터 속에서 제대로 매력이 풍겨져 나오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첫 회가 주는 예감은 좋다. 미리 꾸어보는 꿈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