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러시아친구들에 대한 반응 별로인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청률도 또 화제성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러시아 친구들이 나온 첫 방송이 보여준 결과다. 어째서 여전히 관심은 높지만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쏟아진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전에 출연했던 독일친구들과의 비교다. 워낙 여행의 모든 일정들이 꽉 차게 준비되어 있었던 독일친구들과 비교해 이번 러시아친구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간신히 숙소에 도착해 꽃단장을 하고 나선 곳이 동대문이었다. 그 곳에서 쭈꾸미 삼겹살을 먹고 양말과 캐릭터 상품을 쇼핑한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그들을 초대한 친구 스웨틀라나와 함께 소주를 마신 것이 이 날의 일정.

사실 이런 여행기가 20대 여성들인 러시아친구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러시아인으로서는 당연하고, 동대문이 그들에게는 핫플레이스일 수 있으며 매운 음식이 별로 없는 그들에게 한식은 쉽지 않은 도전일 수 있다. 20대 여성들이니 그 세대에 걸맞게 양말이나 캐릭터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역시 당연하며, 소주를 마시며 보드카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여행기가 러시아친구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지만, 이미 독일친구들의 여행기를 통해 좀 더 심도와 깊이가 있는 여행을 기대하게 됐던 시청자들로서는 그 포인트가 안 맞을 수밖에 없다. 30대의 여행과 20대의 여행이 같을 수 없고, 또 남성과 여성의 취향도 다를 수 있으며, 나아가 독일과 러시아의 문화도 다르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보는 것이 사실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좋은 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일친구들의 여행기에 곧바로 이어서 너무나 다른 러시아친구들의 여행기를 보여준 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즉 러시아친구들의 조금은 가벼운 여행기는 그 나이 또래에서는 그다지 이상한 게 아니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독일친구들의 여행기가 이미 어떤 기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러시아친구들이 나온 첫 방송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래서 이 친구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런 달라진 시청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의 엇나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러시아친구들이 나온 첫 방송에서도 나름 소소한 재밋거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를테면 숙소에 들어와 다리미를 챙겨드는 러시아친구들의 모습이 그렇다. 그들에게는 다리미가 그렇게 익숙한 도구라는 것을 이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포착되는 동대문이나 청계천의 밤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면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우리에게 동대문이나 청계천은 일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보인다는 것.

하지만 이런 소소한 재밋거리들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독일친구들의 여행기가 남긴 잔상이 너무 컸고, 그래서 그런 기대감을 이어서 채워주길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 곧바로 너무나 상반된 여행기를 기획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른 나라라는 차이점에 세대, 성별까지 달리해서 독일친구들의 여행기와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주려 했던 건 이해는 되지만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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