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마동석 캐릭터 200% 활용법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사실 마동석이 굉장한 연기력을 보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배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은 별다른 캐릭터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등장만으로 관객들을 빵빵 터트린다. 그가 나오면 관객들은 기대하고, 그 기대는 그의 액션 한 방으로 여지없이 충족된다.

<범죄도시>는 마동석의 이런 캐릭터를 200% 활용한 영화다.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토록 의외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의심이 될 정도다. 국내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가리봉동의 조선족 조폭 소탕작전을 소재로 했지만, 마동석이 형사로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잔인한 형사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그가 연기하는 형사의 이름이 마석도라는 사실조차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마동석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이라니.

중국에서 밀입국한 악랄한 조직 보스 장첸(윤계상)이 가리봉동의 조폭들을 하나하나 접수해가며 벌어지는 잔인한 사건들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고스란히 마동석이라는 압도적인 근육질 형사 캐릭터에 대한 의존심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살벌한 사건들은 사실 눈뜨고 보기도 힘겹지만, 그 안에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있어 그나마 안도하며 바라보게 된다는 것.



이것은 이 영화가 관객들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잠재적인 공포감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어떤 카타르시스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어떤 현실감을 만들어내지만, 갖가지 범죄가 벌어지는 불안한 도시의 삶 속에서 이런 잔인한 범죄자들조차 벌벌 떨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주는 어떤 위안과 통쾌함이 <범죄도시>가 가진 이야기의 성공방정식인 셈이다.

이미 <부산행>을 통해서 좀비들마저 주먹으로 날려버리는 괴력이 가진 파괴력을 경험했던 관객들은 주먹 한 방에 거구의 조폭이 그대로 혼절해버리는 장면에서 역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이 근육질에 늘 인상을 쓰고 다니는 인물은 때때로 귀여운 면면들을 보여준다. 여자들 앞에서는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상사의 골탕을 먹이고 조폭들을 하인 다루듯 하는 모습은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그저 액션배우가 아니라 귀엽기까지한 캐릭터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범죄도시>에서 마동석과 대적하는 장첸 역할에 윤계상을 세운 점은 여러 모로 역발상이다. 늘 신사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배우를 악랄한 조직 보스로 세우고, 정반대로 어딘지 조폭보다 더 무서운 캐릭터를 가진 배우를 형사로 세웠으니 그 역발상의 설정 자체가 주는 블랙코미디는 캐스팅에서부터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 마동석이 이번 <범죄도시>를 통해서 연기자로서의 어떤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동석은 자신의 캐릭터가 이미 확실해 그 캐릭터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200%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이번 영화는 확실히 보여줬다. 마동석이 아니면 이만한 반향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물론 그건 배우 마동석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숙제로 남겠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범죄도시>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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