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와이프’, 시청자 참여·셀프디스까지 했지만 반응 안 좋은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예능 프로그램 <싱글와이프>는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힘겨운 아내들에게 휴가를 주자’는 그 취지는 충분히 의미도 있고 가치도 있다. 하지만 그 아내들이 다름 아닌 연예인들의 아내라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지 못했다. 누가 봐도 잘 살아가고 있는 연예인들이기 때문에 그 아내들을 챙기는 모습이 마치 방송을 사유화하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글와이프>는 ‘아내DAY’라는 이벤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연을 받아 시청자가 참여하는 ‘낭만일탈’을 계획했다. 그래서 출연한 두 명의 비연예인 아내들은 이들과 함께 여행할 한수민과 그의 남편 박명수와 첫 대면한 자리에서 짠한 그들의 사연들을 들려준 바 있다. 한수민은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 사산한 일반인 아내의 사연을 들으며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그 후 삼둥이를 출산한 후 겪은 육아의 힘겨움을 공감하기도 했다.



또 일하면서 육아를 하는 두 아내들의 이야기는 역시 워킹맘인 한수민과의 이번 일탈 여행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반인 아내들의 출연은 그간 시청자들이 <싱글와이프>를 ‘저들의 이야기’라고 여겼던 점을 바꿀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독일 여행을 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믿지 못할 정도로 좋아하는 아내들의 모습이 주는 공감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만으로 <싱글와이프>에 덧씌워진 연예인 가족 방송의 불편함을 상쇄시키긴 어려웠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보다는 여전히 너무 편하게 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 가족에 대한 불편함을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떠난 여행에서 두 아내들과의 이야기에서 한수민은 대놓고 남편 박명수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결혼하고 시부모님 모시고 살았던 이야기나 방송 중에 박명수가 아내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스스로 말했으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이름을 부르지 않고 ‘여보’라고 불러 서운했던 이야기를 두 아내들에게 털어놓았다.



거기에는 같은 아내로서 또 워킹맘으로서의 공감대 같은 것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시청자들의 시선 속에서 그런 모습들 역시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내의 성토와 그 방송장면을 바라보는 박명수가 진땀을 흘리고 나중에는 사과의 영상편지까지 띄우는 장면은 마치 셀프디스처럼 그들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불편한 시선을 상쇄시키려는 노력처럼 비춰졌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면 <싱글와이프>로서는 할 수 있는 노력은 거의 다한 셈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참여시키고 그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또 홍보성 멘트가 아닌 성토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오는 반응들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연예인 가족 방송이라는 불편함이 워낙 크게 <싱글와이프>에 드리워져 있어서다. 괜찮았던 박명수의 이미지조차 이런 방송을 통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 꽤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박명수 부부는 이런 부담감을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방송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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