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방송사를 만드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무한도전> 없으면 MBC는 볼 게 없다는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MBC 노조가 방송사의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결방하고 스페셜 방송으로 전환됐고 <무한도전>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가뜩이나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터에 <무한도전>마저 없으니 MBC라는 방송국의 존재감 또한 희미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게 드라마들이다. 드라마는 외주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된 지 오래기 때문에 총파업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사의 이미지가 급추락하면서 MBC에 들어오는 드라마에 대한 이미지도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똑같은 사안이 터져도 더 민감한 대중들의 반응이 터져 나오는 건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를 빼고 일주일 간 시청률표 20위권에 들어와 있는 MBC 프로그램을 발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드라마도 수목드라마로 자리한 <병원선>이 10% 정도의 시청률을 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미니시리즈다. 하지만 <병원선>은 갖가지 논란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만일 MBC가 정상화의 길을 걷지 못하고 지금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외주제작으로 방영되는 드라마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지상파 3사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tvN은 물론이고 JTBC까지 채널이 늘었고, 방영되는 드라마 편수도 훨씬 많아졌다. MBC가 아니라도 편성될 수 있는 방송 채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유명작가들 입장에서는 MBC에 편성되는 것이 여러모로 이런 부정적인 대중들의 이미지로 인해 꺼려질 수 있다. 게다가 MBC 드라마는 한 때 연기자 끼워 넣기 특혜 의혹이나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며 외주제작업체들에게는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바 있다. 그 잔상들은 여전히 남아 있고 지금처럼 MBC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버티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사라지기 어렵다.

총파업으로 인한 결방, 올 추석 같은 긴 연휴에 올스톱된 파일럿 프로그램들, 최근 10년 동안 방송사에 덧씌워진 적폐의 이미지로 MBC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좀체 지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위기의식은 현재 지상파들이 모두 갖고 있는 것들이지만 MBC의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보통 상식적이라면 회사가 어려워지면 경영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결정과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현재 MBC의 경영진들이 하는 선택은 어떨까. 그건 과연 이 침몰하는 MBC를 살리기 위한 선택일까. 그건 혹시 침몰하는 배 위에서 자신의 거취와 생존을 먼저 생각하는 선택은 아닐까.

많은 대중들이 MBC의 정상화를 원한다. 새로운 방송 철학을 가진 경영자가 오기를 바라고 현재 손을 놓고 있는 제작진들이 복귀해 자신이 하고픈 방송을 경영진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 상식적인 방송사를 만드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 대다수의 대중들이 원하는 일들을 왜 경영진들은 수용하지 못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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