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쏟아지는 아이돌 오디션쇼, 그 성공 가능성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다음 주말 두 편의 아이돌 오디션 예능이 시작된다. 지난 17일 첫 스타트를 끊은 엠넷과 JYP가 손잡고 만든 새 보이그룹 선발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트레이 키즈>까지 합하면 총 세 편의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예능이 같은 시기에 방영하는 셈이다. 여행 예능이란 시즌 상품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새로운 바람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두 가지 흐름이 맞물렸다. 예능은 다음 패러다임이 절실한 상황이고, 케이팝은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이래 그 다음 이야기를 일본 아이돌식 육성 스토리에서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연달은 성공과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대중 파급력은, 이 포맷이 단순 아이돌 팬덤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확신까지 갖게 했다. 즉, 방송사는 콘텐츠를 얻고, 기획사는 자신들의 상품을 대중에게 알릴 무대를 확보하는 윈-윈의 결합인데다가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쿡방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헤매던 예능국 입장에선 다소 염치없긴 하지만 이 정도 ‘검증된 재료’를 그냥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먼서 방송을 시작한 <스트레이 키즈>는 2년 전 트와이스를 세상에 널리 알린 <식스틴>의 후속이라 할 수 있다. JYP가 새로운 보이 그룹을 준비하는 과정에 방송 카메라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체적으로 연습생을 평가하는 ‘연습생 쇼케이스’를 방송 최초 실황 공개하면서까지 시청자들이 JYP 아이돌 데뷔 시스템에 한발 더 깊숙이 들어온 관계자처럼 느껴지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8일 방송 예정일이 잡힌 KBS2 <더 유닛>의 부제는 아이돌 리부팅프로젝트다. 전현직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일종의 패자부활전 기회를 준다는 콘셉트인데, 분야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성과 주제의식으로 접근했던 <청춘FC>가 떠오른다. 데뷔를 했거나 근접한 아이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종의 역전 스토리를 근간으로 삼고 무대 완성도를 장점이자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허나 타이틀곡의 존재나 멘토단의 구성 등 여러 면면에서 <프로듀스 101>을 참조한 흔적이 눈에 띈다.



그 다음날 첫 방송이 잡힌 JTBC <믹스나인>은 엠넷에서 각종 음악 서바이벌쇼의 산파 역할을 하고 YG로 건너온 한동철 PD의 이직 후 첫 프로그램이다. 예고편에서 녹초가 된 양현석의 모습을 볼 수 있듯, 사장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역시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로 첫 삽을 떴다. 양현석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전국 70여 기획사를 직접 돌아다닌다. 비교적 성공 확률과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중소 기획사 연습생 400여 명을 직접 만나보고 선발한다는 일종의 저인망 어선식 기획이 차별 지점이다. 그리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타이틀곡과 안무에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곡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YG군단답게 에너제틱에 버금가는 프로그램 타이틀곡과 안무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이 다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목표를 설정했지만 색다른 구성을 갖추려다 실패한 <아이돌학교>의 사례도 있다. 따라서 <프로듀스 101>은 단순히 지금의 불을 지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런칭하는 프로그램들 입장에선 화덕 설계까지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쟁사회를 압축해놓은 듯한 연습생 문화와 성장스토리에 개입하는 육성의 재미, 입가에 맴돌게 만드는 프로그램 타이틀곡 등으로 대변되는 문법은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쇼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연습생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좁은 희망의 문은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연습생의 고된 일과는 어둠 속에서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춘들의 치열한 오늘을 각색한 리얼리티가 되기에 손색이 없고, 검증된 외모를 갖춘 아이돌 지망생들의 퍼포먼스는 볼거리 차원에서 7~8년 전 열풍이 불었던 ‘전국민 오디션’과는 차원이 다른 만족을 선사한다. 대국민 오디션쇼에서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감흥을 한 차원 높아진 볼거리와 가공된 스토리를 통해 즐기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일차 서류 전형조차 못 보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면접까지는 어떻게든 가는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명을 비추면서 대리만족과 아이돌 육성의 재미를 전한다.

다시 말해, 과거 일반인 오디션쇼에 비해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쇼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기획을 요하고, 구성 요소도 버라이어티하다. 인물의 개성과 상품성만으론 더 이상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예능은 일반인 오디션쇼에 비해 복합적으로 발전한 다음 무대이며 성패는 바로 여기서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제 2의 워너원을 먼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과연 새로운 판을 지배하는 마이다스의 손은 누구의 것일까. 기대대로 또 하나의 예능 붐이 일어날지, 아니면 아이돌 팬덤의 이야기로 남게 될지, 그 판가름이 다음 주에 시작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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