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2’, 지식의 세계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신비체험
‘알쓸신잡2’, 김영하·정재승 빈자리 걱정, 기우에 불과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tvN <알쓸신잡2>에 걱정이 더 많았다. 시즌1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거기 출연했던 멤버들의 합이 최적이라고 여겼던 탓이다. 그건 사실이었다. 유시민 작가가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면, 김영하 소설가와 정재승 박사가 감성과 이성의 지식 수다를 쏟아내고 여기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수다에 맛을 더하며 유희열은 기꺼이 시청자를 대변하는 귀가 되어준다. 그런데 김영하 소설가와 정재승 박사가 빠진다니... 시즌2가 우려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첫 방만으로 이런 우려는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김영하 소설가와 정재승 박사의 빈자리는 새로 들어온 뇌 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유현준 건축가가 내놓는 자기 분야에서의 지식수다들 속에서 조금씩 채워져 갔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미안하게도 김영하 소설가와 정재승 박사의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느껴지질 않았다. 오히려 새로 온 장동선 박사와 유현준 건축가가 앞으로 이 지식수다 여행을 통해 내놓을 수다들이 더 기대될 뿐이었다.



물론 이것을 첫 방 만에 해결한 건 안동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제작진의 세심한 기획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유시민 작가에게는 자신의 종씨인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 곳이 익숙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거기 지금 현재 사는 분들도 그를 ‘할배’라고 부를 정도로 먼 친척들이었다. 류성룡의 집이 있고 그러니 당연히 징비록과 이순신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데다, 병산서원과 안동서원이 있어 새롭게 합류한 건축가 유현준에게는 수다의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유현준 교수가 한국의 건축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버선발을 형상화했다는 처마 이야기가 사실은 나무로 지어진 집에 물이 닿지 않게 하고 또 햇볕이 들어 잘 말려지게 하려는 전 세계적인 건축의 흐름 중 하나라는 걸 얘기해줬을 때 모두는 새로운 눈이 활짝 열리는 기분을 갖게 됐다. 집의 서까래 두께를 통해, 또 나무들의 반듯함을 통해 그 집에 사는 분들의 부나 지위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또 안동서원과 병산서원의 너무 다른 느낌을 이야기하는 유시민 작가에게 그것이 좁은 공간은 시간을 늘리려 하고 넓은 공간은 시간을 단축시켜려 한다는 건축학 개론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주는 묘미가 생겨날 수 있었다.



한편 안동하면 떠오르는 하회탈은 탈이라는 특별한 물건을 통해 인간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법 한데, 역시 뇌 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탈 박물관’을 찾아 그 흥미로운 탈과 현대판 디지털 탈이라고 할 수 있는 SNS에서의 닉네임 이야기를 덧붙인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는 하회탈이 가진 독특한 특징으로 직업과 신분을 형상화했다는 점을 들어 그런 풍자극들이 양반집 마당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놀랍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장동선 박사는 그것이 자신을 제3자화 했을 때 객관적인 느낌을 주어 가능했을 거라는 과학적 멘트를 덧붙인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학교 같은 우리가 배움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나오는 실제 공간 속이라는 점이다. 한때 류성룡이 징비록을 썼을 그 공간을 직접 걸어 다니고, 어느 해 잘 사는 대가집으로 들어와 오랜 세월 서까래 역할을 하고 있는 그 나무 아래서 그들은 그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유시민 작가와 유현준 건축가가 봤던 그 놀라운 바깥풍경은 아마도 그 예전 수학하던 선비들이 바라봤던 그 풍경 그대로였을 게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 거기 담겨진 세월의 지식들을 이야기하는 시간. 그것이 <알쓸신잡2>가 첫 회에 안동에서 보여준 그 시간들이 남다른 신비함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닐까.

안동에서의 지식수다 여행 마지막에 <알쓸신잡2>는 도산서원의 주인공인 이황 선생과 당대의 젊은 학자였던 기대승의 8년 간에 걸친 논쟁을 소개했다. 대학자였던 이황 선생은 그 논쟁 속에서 새로운 젊은 학자의 지적들을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이야기는 <알쓸신잡2>에 대해 기존 멤버가 일부 빠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왔을 때 갖게 됐던 막연한 우려가 일종의 우리가 가진 편견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인물들이면 어떠랴. 새로운 시각과 지식들이 주는 놀라움과 신비함과 즐거움은 더 풍부해질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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