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유닛’, 굳이 데뷔한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매드타운, 다이아, 소나무, 보이프렌드, 백퍼센트, 소년공화국, 멜로디데이, 트로이, 미스에스, 소리얼, 아이엠, 디아크, 열혈남아... 참 많기도 많다. 아마도 아이돌 그룹에 관심을 별로 주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이 이름들이 낯설 것이다. 물론 어디선가 봤던 이름도 있고, 어떤 아이돌 그룹은 순위 차트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라 왜 KBS <더 유닛>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는지가 의아해질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심지어 식상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더 유닛>이 어딘가 다른 느낌을 주는 지점은 바로 여기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면면 때문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Mnet <프로듀스101>의 잔상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획사의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프로듀스101>과 다른 지점인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그나마 <더 유닛>이 가진 차별점을 보여준다.

이미 데뷔를 해서 지금도 활동하고 있거나, 아니면 데뷔한 후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해체되어 버렸거나 심지어는 여러 그룹을 전전하다 이제는 홀로 남아버린 이들이 서는 무대니만큼 사연이 없을 리 없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조타라는 인물로 기억하는 매드타운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길 무렵 회사가 다른 회사에 넘겨버렸고, 그 두 번째 소속사의 대표가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활동 자체가 어려워졌다. <더 유닛>에 나온 매드타운의 대원과 이건은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어려운 여건에서 연습실을 빌려서라도 연습을 해오고 있었다.



다이아 같은 그룹은 이미 꽤 유명해진 팀이지만 이 무대에 나온 그 팀의 예빈과 솜이는 남다른 고충을 토로했다. 그것은 다이아 하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정채연을 떠올린다는 것. 그들의 말대로 ‘정채연과 아이들’로 불리는 그들은 다이아라는 그룹이 알려졌어도 그 존재 자체가 전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현실을 토로했다. 이것은 아마도 다이아만이 아니라 아이돌 그룹이라는 틀 안에서 활동하는 많은 이들이 가진 고충일 것이다.

연차가 오래된 보이프렌드나 백퍼센트 같은 보이 그룹도 또 실력파 아이돌로 OST에서 자주 이름을 등장시켰던 멜로디데이도 한두 번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곧 식어버린 관심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몇몇 아이돌 그룹이 잘돼서 화제가 될 때 그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컸을 게다.

한때 현아와 원더걸스 데뷔를 준비했지만 지금은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정민주나,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태민의 절친이었던 핫샷의 김티모테오는 <더 유닛>이라는 무대에 서기가 그래서 만만찮을 것이다. 한때는 같은 선상에 있었던 그들이지만 한 사람은 선배의 자리에 앉아 있고 한 사람은 ‘리부트’라는 절실한 무대에 서 있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찌 쉬울 수 있을까. 오히려 현아와 태민이 눈물을 쏟아낸 건 아마도 그들의 선택이 가진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더 유닛>이 보여주는 건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저마다의 꿈이 꺾인 채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한때 한류 등으로 퍼져나간 아이돌 그룹의 성공신화가 무수히 많은 아이돌 그룹을 준비시키게 했지만 그들은 결국 치열해진 경쟁만큼 성공할 가능성을 잃어버렸다. 때론 실력도 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도 했지만 어른들의 결정으로 좌절된 이들도 있고, 때론 너무 어려서 한때의 잘못된 처신으로 나락에 떨어진 이들도 있으며, 아직 자신을 드러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들도 있다.

<슈퍼스타K>부터 본격화됐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신인들을 대거 시장으로 내놓았고 그 후 <프로듀스101>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제 기획사의 연습생들까지 다시 주목시켜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그렇게 주목을 받고 아이돌 그룹이 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건 이 험난한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더 유닛>이 이들을 리부트의 대상으로 삼은 건 그래서다.

<더 유닛>의 무대에 올라온 많은 아이돌들은 실력 자체가 미달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떤 아이돌들은 이렇게 실력이 좋은데 어째서 주목받지 못했을까 싶은 이들도 적지 않다. 너무 많이 봐와서 이제 웬만한 건 밋밋하게까지 여겨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그래도 <더 유닛>을 들여다보게 되는 건 이들의 절실함에 공감하고 그래서 이런 무대를 마련한 그 공적인 취지가 이해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재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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