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외전- 꽃보다 청춘 위너 편’ 나영석 최초 아이돌 예능 잘 될까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모든 것은 하나의 손가락에서 시작됐다. 나영석 PD의 전작 <신서유기4>에서 경이로운 손가락 명중률로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시킨 송민호는 그 대가로 ‘위너판 꽃보다 청춘’을 외쳤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신서유기 외전- 꽃보다 청춘 위너 편>이다. 당연히, 방영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즉흥적인 탄생 비화에, <신서유기>와 <꽃보다 청춘>, 그 어느 프로그램의 정식버전도 아닌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더욱이 나영석 PD 최초의 아이돌 예능이다. 나 PD가 아무리 예능계의 미다스라지만, 이 프로그램 과연 잘 될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삼분지계>의 세 평론가 의견도 반반으로 갈렸다. 정석희 평론가는 아이돌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청춘인 위너의 매력에 대한 기대를 표했고, 김선영 평론가는 나영석표 예능 만들기의 양면성을 짚었으며, 이승한 평론가는 프랜차이즈로서 <꽃보다 청춘>의 문법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어떤 의견이든, 이제 막 출발한 프로그램의 종착지는 아름답길 기대한다.



◆ 자유로운 청춘, 위너의 매력

몇 달 전 우연히 아이돌 그룹 ‘WINNER’와 한 비행기를 탔다. 조합이 예사롭지 않은 인파가 마치 단체 여행객 모양 우르르 몰려다니는지라 무슨 일이지 싶었다. 처음엔 같은 일행인 줄 알았는데 모자를 눌러 쓰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WINNER’ 멤버들과 경호 인력 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일명 대포카메라라는 걸 손에 들고 있는 게 아닌가. 말로만 듣던 해외 스케줄을 따라다니는 팬들이다.

화장실 앞에서까지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이들을 굳이 팬이라 칭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내에서도 관계자가 승무원에게 다른 승객이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는 것을 막아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었다. 아마 멤버들의 여행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룹 활동이긴 하나 스케줄이 만 천하에 공유되고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시간을 과연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지.



tvN <꽃보다 위너>는 자유롭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동선, 마음 내키는 대로 가고, 보고, 먹고, 달려 보고. 2013년 Mnet으로 ‘WINNER’가 된 이래 이렇게 자유로운 선택을 한 적이 있었을까? Mnet <수퍼스타K 2>와 SBS에서 강승윤과 이승훈이 발휘했던 남다른 개성과 톡톡 튀는 매력을 다시 보게 되길 바란다. 송민호의 색다른 그림 솜씨도 더 보고 싶고 김진우의 속 맑은 감성도 더 많이 보고 싶다. 기대된다! <꽃보다 위너>.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나영석표 꼬리물기 예능, 참 쉽죠?

출세작인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PD 시절부터 예능계 최고의 미다스로 등극한 현재까지, 나영석 흥행신화의 핵심에는 끝없는 변주와 확장이 있었다. 가령 <꽃보다 할배>는 <1박 2일>이 개척한 여행예능의 세대적, 지리적 확장이었고, 이는 다시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청춘>으로 가지를 뻗어갔다. 캐릭터 변주 프로그램도 있다.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의 캐릭터는 <삼시세끼>의 이셰프와 <윤식당> 이실장으로 발전해갔고, <1박 2일> 웹예능 버전인 <신서유기> 주역 안재현은 <신혼일기>의 새신랑이 됐다.



<신서유기 외전-꽃보다 청춘 위너 편>은 이 같은 나영석표 꼬리물기 예능의 최신판이라 할 수 있다. <신서유기>의 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해 <꽃보다 청춘>의 포맷을 끌어들였지만 분명 또 다른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첫 회에 등장한 엄청난 물량의 몰래카메라 에피소드는 <신서유기>를 통해 이미 멤버가 공개된 데다 무방비 출발에 철저하게 대비해 ‘까까가방’까지 들고다닌 위너의 재미난 캐릭터가 결합돼 빚어졌다. 리얼리티 예능에 통달한 위너와 캐릭터 플레이에 능한 나영석 PD는 추후의 에피소드에서도,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 중심이던 기존의 <꽃보다 청춘>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하나의 줄기세포에서 무한증식하며 방송가를 지배하는 나영석표 예능 만들기는 흡사 백종원의 성공 비법을 연상케 한다. 끝없이 흥미로운 메뉴를 개발해내는 능력은 분명 탁월하지만 그 바탕에 이미 성취한 문화권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영석이 아니라면 YG의 몇 개 부서 전체를 움직여 이런 대형 작전을 펼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말 한마디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연말에는 두 번째 외전 <강식당>도 기다리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속이느냐’가 더 중요한가? 여행 프로그램에서?

여행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을 데려와 해외로 보내 버리는 건 출연자들로 하여금 보다 날 것의 상태로 여행길에 올라 낯선 세계에 맨몸으로 부딪치게 하기 위한 <꽃보다 청춘> 시리즈의 오랜 전통이다. 아마 별 계획도 없고 돈도 없고 대책도 없이 일단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 제작진이 생각하는 ‘청춘’의 이미지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랬으니 제 발로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 걸어 들어온 위너가 언제 잡혀가도 되도록 경계를 풀지 않고 있었던 게 제작진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음도 짐작할 만하다.

무방비 상태로 보내야 하는데, 여행짐을 한가득 싸서는 밴 뒷자리에 상비해 두고 다니는 이들을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꽃보다 청춘 WINNER>는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위너를 잘 속여 무방비 상태로 공항에 끌고 가는지를 두고 40분 가량 몰래카메라를 보여준다. 남자 네 명을 한번 속여보겠다고 실제 CF 감독과 같은 방송사 PD들까지 총동원해 자동차 CF를 가장한 초대형 몰래카메라를 벌이는 것은 그 자체로 나름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문제는 광고를 제외하고 1시간 15분 가량의 여행 프로그램 첫 화에서, 정작 여행지인 호주의 광경이 나온 건 차회 예고 포함 20분 남짓에 그친다는 것이다. <꽃보다 청춘> 시리즈의 팬이라면 나름대로 익숙한 도입부였을 것이고, 어떤 이는 위너가 화면 위에 나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닌 상태의 화면이 40여분간 흘러나오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제작진이 ‘누구와 함께 여행을 가느냐’에 집중하느라 정작 ‘어디로 여행을 가느냐’에는 관심을 덜 할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쯤 되니 제작진이 집착하는 ‘무방비 상태 납치’가 정말 청춘의 여행을 담아내기 위한 필수요소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한번쯤, 프랜차이즈의 문법을 다시 점검해봐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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