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인 “내 연애 이메일, 거침없다”[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찬이슬이 내린다는 절기 한로(寒露)여서인지 개봉을 앞둔 영화 <완득이>의 배우 유아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비까지 흩뿌려 스산했다. 사실 만남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트위터에 인터뷰 일정이 40 건이나 대기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었다. 피곤에 보탤 일 있나 싶어 철회할 생각이었으나 시사회에 앉아 있는 사이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이 아니면 너무 커져버려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 것. 빼곡한 일정, 사람에 시달려 지쳐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더구나 나이 많은 사람은 반기지 않을 듯해 내심 걱정이었는데, 더없이 훈훈한 미소로 맞아줬다. <반올림> 이후 8년여의 시간, 내공이 진득하니 깊어졌나보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완득이라는 아이가 정말, 정말 마음에 들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A. 어머니들의 시선으로는 완득이가 마음에 드는 아들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완득이가 안됐고 불쌍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울고불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도망도 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너무나도 조숙한 완득이는 저에겐 굉장히 연민이 가는 아이예요.

Q. 완득이는 불행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같았는데요. 비가 오기 시작하면 투덜대지만 일단 맞고 나면 젖은 옷에 별 불만 없는 아이잖아요.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A. 그처럼 덤덤한 성격이 되기까지는 아마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엄청난 번민의 시간들이 있었을 거예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완득이를 따라가고 있지만 가볍게 터치할 뿐 깊숙이 들어와 주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어두운 부분들이 생략되었기에 유쾌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거겠죠.

Q. 그럴 수 있겠네요. 그게, 저는 완득이의 아픔을 볼 때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는데 정작 엄마가 완득이가 사준 새 구두를 정성스레 닦는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았어요. 십 수 년 동안 필리핀의 친정 뒷바라지를 하느라 신발 하나 제대로 사신을 수도 없었던 거겠죠.

A. 그게 바로 어머니의 시각으로 바라보셔서 그런 거예요. (웃음) 저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완득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아 봐도 돼요?”라고 묻기보다는 엄마가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고 “우리 아들 완득아”라고 불러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처럼 이 영화는 어느 세대가 보아도 각자의 정서를 반영할만한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Q. 맞아요. 제가 완득이 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제 남편은 극중 완득이를 좋아하는 모범생 윤아의 부모는 얼마나 속이 상하겠냐는 반응이었어요. 공부 잘하는 애가 완득이를 따라 킥복싱에 정신을 팔게 되었으니까요. 저도 딸이 있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거든요.

A.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선이네요. (웃음) 스텝과 배우들이 디테일한 요소에 신경을 쓰며 어떠한 의도를 영화에 담든 관객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공감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Q. 조폭이며 재벌 같은 자극적인 소재 하나 없이, 외제차 하나 등장하지 않아도 영화가 재미있어요.

A. 그것이 우리 영화가 가진 최고의 힘이자 자부심입니다. 억지 설정, 억지 웃음, 억지 감동 없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영화예요.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을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나갔고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끝나고는 허무하지 않고 “아, 좋았어” 라는 느낌?

Q. 이웃집 주민을 연기한 김상호 씨, 박효주 씨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되겠죠?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정말 실제로 있는 사람 같았어요.

A. 예, 그럴 거예요. 작위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설정이 허용되는 영화가 아니라서 좋죠? 삶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터치했어요. 아이들의 멜로도, 어른의 멜로도 과하지가 않아요. 어른의 멜로는 자칫하면 느끼해지기 쉽거든요? 그런데 선을 지켜서 풋풋하게 잘 그려낸 것 같아요.

Q. 저는 완득이의 성적인 호기심이 드러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예요. 플랫할 수도 있는 완득이 캐릭터를 풍부하게 해주는 장면이잖아요. 밤에 누워서 혼자 천장을 바라보는 그 장면에서의 일그러진 제 얼굴을 좋아해요. 불우한 환경에서 무덤덤한 아이로 자랐지만 모든 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호기심을 완득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장난스럽게 표현해낸 장면이죠.



Q. 윤아에게 쓴 편지도 완득이다웠죠?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했던 유아인 씨의 ‘그런 날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시가 겹쳐지더라고요. 연애편지도 잘 쓰는 편인가요?

A. 그렇죠. 연애편지라기보다는 저는 이메일 세대이기에 연애 이메일을 잘 써요.(웃음) 그런데 표현에 있어서는 거침이 없고 완득이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겠죠.

Q. 그런데 완득이는 불우한 아이인데도 너무 폼이 나요. 지극히 평범한 교복도, 후드 티도 멋있게 보이잖아요.

A. 아 그럼 실패한 건데요. 평범하게 보이려고, 걸맞은 느낌을 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거든요. 그러나 멋 안 부리는데 멋있는 애처럼 보이고 싶긴 했습니다. 그냥 태생이 폼 나는 애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비현실적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한 것 같네요. 음. 최대한 못 입기 위해 노력했는데 완득이가 몸이 예뻐서 폼 나 보인 게 아닐까요? (웃음)

Q.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서 그러려니 했다가 예전에 MBC <놀러와>나 SBS <야심만만>에 출연했을 때 해맑고 밝은 모습에 놀랐어요. KBS2 <반올림> 때, 어리고 풋풋했지만 이미 제임스딘 같은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A. 사실 예능에서는 모든 연예인이 취하는 가장 적절하고 안전한 자세를 취했던 거예요. 20대의 연기자가 취할 수 있는 밝고 예의바른 자세 말이에요. M.net <론치 마이라이프> 또한 제 모습이 투영된 ‘작품’이었어요. 가증스럽게 행동했던 안전한 틀 안에서 벗어나 20대 배우가 놀 수 있는 영역을 더 확대하고 싶었죠. 멋있는 척 하지 않고 예의바른 척 하지 않는 틀이요.

Q. 작품마다 알게 모르게 조금 조금씩 변해왔는데 <완득이>에서 뭔가 완성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A.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고 경력이 쌓여서일 수도 있어요. 인물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조금 안정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아요. 지금의 나는 여전히 세상에 불만이 많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도 내 세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죠. 그런 나의 모습이 완득이란 캐릭터에 투영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Q. 세상에 대한 불만이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특별히 싫어하는 어른은 어떤 사람이에요?

A. 예전에 싫어했던 ‘어른상’인데 지금은 사실 이해하는 쪽에 조금 더 가까워요. 음, 매너리즘이나 타협, 돈과 권력에 굽실대는 현실, 또 싸우지 않으려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젊은 세대가 그런 것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기성인이 되기 쉬운 사람이에요. 저라고 대단한 혁명가가 아니기 때문에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견디지 못해 터져 나올 때가 있었어요. 저도 언제 현실에 휩쓸려서 안온한 방바닥에서 따뜻한 배를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기질들이 ‘유아인’, 또는 ‘엄홍식’이라는 아이의 형질이 된 것 같아요. 무뎌지면 칼을 갈고 또 무뎌지면 칼을 갈아야하는데 무뎌진 채로 그냥 살게 되잖아요, 사람은.

Q. <완득이>가 잘되면 본인도 무뎌지지 않을까요?

A. 제 팬들은 KBS2 <성균관 스캔들>을 할 때도 제가 인기나 상업에 중독될까봐 걱정을 했었어요. 충분히 중독될 소지가 다분하죠. 인기는 마약과도 같은 거니까요. 저도 사실 조금은 두려웠지만 <성군관 스캔들>을 거치면서 제 안에서의 조율은 끝이 난 것 같아요. 연습게임을 한 거죠. 그래서 <완득이>에서는 그런 노력이 아니라, 연기 패턴을 신선하게 깨부수려고 했어요. 조깅을 해서 살을 빼는 것처럼 연기에도 살을 뺄 수 있을까 시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저는 완성형이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매 작품이 저 자신에 대한 테스트인거죠.



Q. 그러다보니 다양한 형태의 ‘반항아’를 보여줘 온 것 같아요.

A. 그런데 ‘반항아’, ‘청춘’이란 말은 굉장히 포괄적인 말인데 사람들은 좁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청춘’인지가 따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고, 혼란스럽고, 정체 되지 않는 시기를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 ‘청춘’이란 틀 안에서 추구하는 변화들이 결코 적거나 좁지 않거든요. <완득이>에서 좀 더 탄력을 받았고. 앞으로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는 20대의 모습에서 조금 깊어진 인물들이 저를 통해 나왔으면 좋겠어요.

Q. 그동안 러브신이 그다지 없었죠? KBS2 <결혼 못하는 남자>의 현규나 KBS2 <최강칠우>에서도 갈 듯 말 듯 하다 말았었어요.

A. 저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심지어 늘 바라보는 사랑이었죠. <성균관 스캔들>에서도요. ‘청춘’의 절반 이상이 사랑인데 제대로 된 멜로도 안 해봤고, 그러고 보니 제가 아직 안 해본 영역이 무궁무진하네요.

Q. 요즘 유행하는 ‘본부장’만큼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A. 왜요? 본부장도 신선하게 그릴 수 있죠. <완득이>에서는 이놈의 청춘, 이놈의 불우한 환경도 신선하게 그려냈는데요. 본질을 잃지 않는 선에서 신선함을 추구하는 것들을 전 항상 찾아다니고 있어요. 어느 순간 제 스스로도 “내가 왜 이러나”, 팬들도 “뻔해요” 라고 하더라도 제가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을 경우는 있겠죠. 그럴 땐 선택할 수 있는 폭 안 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그 선택이 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본부장 괜찮네요. (웃음)

Q. 현빈이 <시크릿 가든>에서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냐’고 하지원에게 묻잖아요, 유아인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연기를 잘 했나요?

A. (웃음) 제가 연기를 해봐야 선생님들만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았고, 일그러지고 못생겨지기를, 까발려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려놓는 것을 잘 했죠. 신인 때는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나서 얼마나 자기의 매력을 드러내느냐가 중요했고, 저도 멋있어 보이는 것에 신경을 썼을 거예요. <완득이> 때까지는 흥행작이 없어서 저 자신을 좀 더 써먹었어요. 나라는 기둥을 좀 더 많이 깎아내고, 쳐내고, 덧붙이는 과정들이 내공이 되겠죠. 예전에는 그 기둥을 우뚝 세우고 둔탁한, 거친 나를 꺼내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완득이>부터는 많이 시도를 해본 것 같아요. <성균관 스캔들>에서도 알고 보면 상당히 풀어진 역할이었고, 실제로 옷도 많이 풀었고요. 그런 역할이었지만 각 잡고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드라마에선 절대 카메라가 배우를 따라와 주지 않아요.

Q. <완득이>를 찍을 때는 여건이 어땠을까요?

A. 최고죠! 영화라는 메커니즘 자체가 배우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배우를 따라와요.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감독님, 선배님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완득이> 때는 선배님과 감독님께서 더욱 더 자유롭게 놀 수 있게, 아무도 돌을 못 던지게 두터운 벽이 되어주셨어요. ‘여기는 유아인의 영역 놀아라!’ 이렇게 말이에요.

Q. 결국 좋은 환경에서 좋은 연기가 나오는 거네요.

A. 사실 고민도 있어요. 드라마에 대한 회의는 들지만 인정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를 한다면 적어도 드라마라는 메커니즘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짐작했던 것보다 마음이 많이 열려있네요?

A. <성균관 스캔들>을 하면서 드라마에 대해 마음이 많이 열렸어요. 예전에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연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대본 볼 시간이 없고, 고민할 시간도 없고, 사고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야말로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끌어내는 게 내공이고 연기력이라고 하지만 웃긴 얘기에요. 그래도 <성균관 스캔들>을 하면서 드라마 자체를 인정하고 하나의 장르로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 안에서 재미를 찾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놀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좋은 거야, 최고야, 라고 여기지는 않아야할 것 같아요.

Q. 이제 영화만 한다고 할까봐 걱정이었어요.

A. 안 그래요, 저 그 만큼 좁지 않아요. 저는 깊게 파되 좁아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깊게 파는 것의 부작용은 좁아지는 거거든요.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해요, 저 굉장히 욕심이 많아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두 배로 뛰고 두 배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제는 재밌고 신선한 드라마도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드라마의 안 좋은 부분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진 않아요. 아직은 20대 배우가 힘을 쓰고 자랑하면 안 되거든요. 나중에 뭔가 그 안에서 힘을 갖게 된다면 현명하게 영향력을 발휘해야죠. 어쩔 수 없어! 라고 하지 말고요.

Q. 아, 어떤 패션 칼럼에서 차세대 패셔니스타로 아인 씨를 꼽았던데요. 옷 잘 입고 감각 있는 차세대 선두주자로요.

A. 그런 평가, 좋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옷 잘 입는 사람은 가볍다는 촌스러운 편견이 있어요. 배우가 입혀주는 옷만 잘 입으면 안 되잖아요? 겉치레와 내실의 중심을 잡는 것이 쉽지 않겠죠. 이미지 적으로요, 도리어 옷을 못 입는 것이 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비춰질 수도 있어요. 잘생긴 배우가 못생겨지면 연기 더 잘하게 보이는 것처럼.

Q. 절대로 입혀주는 대로 입진 않죠? <반올림> 적에도 고등학생이지만 뭔가 달랐어요.

A. 절대로 안 입죠. 단 한 번도 그렇게 입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반올림> 때도 뭔가 달리 보이려고 요리조리 바꿔봤던 거 같아요. 스타일리스트 누나와 상의도 많이 하고요, 배우가 어떻게 옷을 포기하겠습니까. 저는 제 옷도 많이 입어요. 이 셔츠도 제 옷이고 이 청재킷도 제 옷인 걸요. 신발도요.

Q. 옷은 주로 어디서 사나요?

A. 예전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많이 이용했는데 돈을 좀 벌고 나서는 편집숍을 이용하고 있어요. (웃음) 옷을 좋아서 입는 것도 있지만 옷으로 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옷을 입는 거잖아요, 배우는. 레드카펫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는 편인데 이번 부산 영화제의 경우는 아주 정통 딱 떨어지는 더블 수트를 입자고 제안해서 입었어요.



Q. 나이가 들수록 멋진 남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숀 코네리처럼 말이에요. 몸매는 따로 관리하시나요?

A. 저는 살이 찌면 잘 못 견뎌 해요. 사실 잘 먹지도 않고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기도 하고요. 배우로서는 영화 <향수>의 배우들처럼 비쩍 마른 몸을 선호하거든요, 골격이 튀어나온 솔직한 얼굴을 좋아하죠. 그런데 개인적으론 남자가 너무 마른 것은 별로 인 것 같아서 요즘은 조금 찌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반올림> 때부터 쭉 지켜봐온 저로서는 내 자식이 잘 큰 것 같은 뿌듯함이 들어서 참 좋네요. 저 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A. 어른들이 그런 마음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를 통해 대리만족도 느끼고요.

Q. 그런데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왜냐면 어머니께서도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A. 음 저 사실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마보이였어요. 하지만 자유롭게 풀어놓아주신 부분은 있어요. 예를 들자면 아, 아까 옷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저희 엄마는 옷을 정해주시지 않았어요. 알아서 골라 입게 하셨는데 그도 어찌 보면 자생력을 키워 주신 거죠? 스스로 옷을 입는 능력! 아들로서 섭섭한 순간도 있었는데 어려서 제가 혼자 서울에 와 있었잖아요. 그런데 절 보러 서울에 딱 두세 번 오셨어요. 누나가 두 명이라 귀하다면 귀한 아들인데 말이죠. 어릴 때는 엄마가 평범해보였는데 지나고 보니 우리 엄마가 정말 보통 엄마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엄마도 저에게 우리 아들 참 보통 아니라고 하고요. 제가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 할지언정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이니까요. 여러모로. 엄마 입장에서 그냥 안전하게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엄마도 어른이니까요. 제가 그랬어요. 엄마, 그냥 이런 아들로 인정해주고 불안하겠지만 자랑스러워 해줘 라고요. 결국 그 말을 한 이유는 더 불안하게 가겠다는 거죠. (웃음)

Q. 하지만 아인 씨는 그렇게까지 큰 일탈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A. 제가 어른들한테 대드는 그 자체가 일탈이죠 뭐.

Q. 나쁘지 않아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과감히 “No”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죠.

A. (웃음) 그런 생각을 널리 널리 퍼뜨려주세요. 근데 그런 것들도 이제 점점 먹혀가기 시작했죠? 연기를 하고 배역을 만나서 풀어나가는 것은 오로지 배우의 혼자의 몫이에요. 하지만 배우가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서 어떤 흐름을 만들고, 이 시대 속에 반영이 될 것인가는 혼자서 하는 일인이 아닌 거 같아요. 동의하는 어른들도 있어야하고요. 대변해주는 언론들도 있어야하고요. 그런 힘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이번 영화 <완득이>의 성공으로 배우 유아인은 이제 날개를 달고 크게 날아오를 게 분명하다. 그러나 대중은 누군가를 한없이 치켜세웠나 싶다가 언제 봤냐는 듯 한순간 추락시키는 습성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만약에 그런 추락의 순간이 닥친다 해도 유아인 그는 끄떡도 안하리란 믿음이 간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보다 깊고 넓은 성장의 과정을 그는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정리=유리나
사진=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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