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이트’에 빠진 게스트하우스의 조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주말 저녁 또 하나의 기대되는 이야기가 시작했다. 올리브와 tvN에서 동시 방영되는 주말예능 <서울메이트>는 김숙, 이기우, 장서희, 김준호가 에어비엔비를 운영하듯 자신의 집에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서 함께 지내는 관찰 예능이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관찰 예능이 워낙 두드러진 붐이다 보니 방송 전부터 식상하다는 혹평이 쏟아지긴 했지만 두 채널에서 모두 2%대 이상 나온 시청률을 합해보면 이 정도 비난은 기꺼이 감수할만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일도 아니다. 요즘 제작되는 신생 예능들은 모두들 똑같은 팔레트를 갖고서 그 안에서 배색의 미학으로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일상 관찰형 예능은 생각보다 소박한 김숙의 청담동 집과 새로 인테리어를 한 이기우의 집 구경과 같은 연예인의 살림과 일상을 엿보는 재미와 장서희처럼 대중에게 노출이 되지 않는 연예인의 숨겨둔 인간미를 접하는 기회란 두 가지 재미 요소를 기반으로 운용된다. 외국인 관련 여행 콘텐츠는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호감이 재료다.

이런 관점으로 보자면 <서울메이트>는 <효리네 민박>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을 갖고 조색한 것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거의 없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특히 서울을 즐기면서 호감을 나타낸다는 점에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기본코드를 따르고, 집주인과 외국인들이 단 며칠간이지만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정을 나누고 친분을 쌓는다는 점에서 <효리네 민박>의 내음이 느껴진다. 연예인의 가정에 외국인이 들어온다는 설정은 안타깝게도 SBS <내 방 안내서>가 먼저 선점했다. 하지만 <서울메이트>는 집주인과 외국인 손님이 함께하는 모습과 과정에 초점을 맞춘 유사가족 커뮤니티 코드를 가미하면서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상혁 PD는 <룸메이트> 시리즈를 연출한 이래, <섬총사>를 거쳐 <서울메이트>까지,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여러 인물들이 한 공간에 모여 친분을 다져가는 유사가족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예능의 붐 속에서도 외국인을 중심에 놓지 않고 집주인의 성장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똑같이 서울에 한 번도 온 적 없는 외국인이 등장하지만 <서울메이트>의 시선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는 정반대다. 집주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손님이 하나의 가족처럼 뭉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김숙은 파리에서 온 24살 대학생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진 않는 데서 오는 웃음을 선보였다. 역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이기우도 20대 초반 멕시코 친구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일종의 미션을 부여받았다. 다시 말해 <서울메이트>는 우리 일상을 들여다보는 외국인의 시선과 호감이 아니라 고군분투를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하나가 되는 집주인의 성장스토리와 그 결과로 맺어지는 따뜻한 정이 재미 포인트다.

그런데 첫 회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상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설렘과 함께 어학 능력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2년 전에 요리가 그랬듯 요즘 예능에 필요한 기술은 영어다. <윤식당>에서 신구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른 건 모르겠지만 영어 공부는 꼭하라고 당부를 했다. 최근 늘어난 외국인 예능만 놓고 보더라도 말이 안 통해도 하나가 되는 인류애적 접근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인 교류에 가깝기 때문에 와 닿는 조언이다.



그런데 <서울메이트>는 오히려 소통의 한계를 대표적인 예능 장치로 마련했다. 김숙의 노련한 진행 덕에 불통의 현장이 분명 재미있기도 했고, 집주인이 겪고 극복해야 할 성장 과제를 부여받았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유사가족 커뮤니티라는 목표 지점을 놓고 봤을 때나 세계시민의 관점과 같은 오늘날 외국인 관찰형 예능이 흥행하는 이유를 떠올려본다면 염려가 되는 지점이다. 의사소통에서 오는 오해는 처음 한두 번은 재미가 될 수도 있지만 반복되면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이기우는 이미 작년에 불통의 예능 <바벨250>을 통해 관련한 아쉬움을 맛본 바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문화적 교류를 하고 함께 어울리며 친해진다는 설정은 여전히 유효한 설렘이다. 그리고 <서울메이트>가 다른 외국인 예능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점이 집주인들이 외국인 손님과 함께하다는 점이기에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김영철이 김숙의 통역 도우미로 등장한다고 하지만, 정서적 접근이 예능의 가장 중요한 코드가 된 시대에 출연자들끼리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치명적이다. 단 며칠이란 짧은 시간 동안 외국인 손님의 캐릭터도 드러내야 하고 시청자들과도 정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불통의 에피소드를 전면에 내세우면 유사가족 커뮤니티 형성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나라 자랑과 같은 너무 익숙하고 뻔한 ‘방송’으로 결말을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내세운 설정은 외국인 예능 붐에 뛰어든 <서울메이트>의 기획의도와 접근 방식을 드러내는 바로미터다. <서울메이트>가 만약 식상함의 덧에 빠진다면 그것은 외국인 예능의 홍수에 실증을 느꼈다기보다, 외국인과 예능을 합치는 배색 조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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