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흔들리는 것? ‘사랑의 온도’ 작가가 간과한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현수(서현진)의 마음은 왜 이렇게 흔들리는 것일까.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시청자들은 좀체 이 캐릭터에 대해 몰입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감정 변화가 너무 급격한데다, 그런 변화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온정선(양세종)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던 이현수가 대본 수정을 하다가 갑자기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를 잡으려 달려가는 그 과정이 그렇다. 그토록 단호하게 뿌리쳤던 이현수가 이런 심적 변화를 겪게 된 이유가 대본을 통한 자기 성찰 정도의 계기 때문이라면 그가 가진 사랑의 무게감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도대체 이현수는 타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인가.

온정선과 풋풋한 사랑을 이어가던 이현수에게 닥친 위기는 두 가지 문제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온정선의 가족이 가진 문제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저 키다리아저씨처럼 보였던 박정우(김재욱)가 돌연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고 나오며 생긴 문제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건 전적으로 온정선과 이현수 당사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사랑하는 사이에 양가 가족의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과연 그럴까. 물론 현실적으로 결혼을 염두에 둔다면 가족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문제는 클 수 있지만, 적어도 드라마에서 그것도 <사랑의 온도>처럼 저마다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추구할 만큼 뚜렷한 직업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라면 가족문제는 부차적인 것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박정우 같은 판타지적 인물이 제아무리 대시를 한다고 해도 두 사람만의 관계가 단단하다면 그것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랑이든 결혼이든 지금의 시청자들이 더 지지하게 되는 건 ‘본인들의 주체적인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랑의 온도>를 통해 “사랑은 흔들리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으로 공감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그 흔들리게 되는 계기로 내세운 것들이 과연 지금의 시청자들을 공감시킬 수 있는 것들이었을까. 세련된 연출과 대사들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가족문제와 삼각관계의 틀에서 나타난 새로운 연적이라는 갈등요소는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온전히 ‘사랑의 심리’에만 천착하겠다 마음먹은 드라마의 의도는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어딘지 맞지 않는 코드가 되었다. 굉장히 다른 심리나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다를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사랑의 온도>는 세 남녀의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랑의 심리 그 틀 안에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작품과 캐릭터가 가는 길과 시청자들의 마음이 가는 길에는 틈이 생겼다. 이 작품의 제목처럼 표현하면 그 온도차는 조금씩 진행되며 결국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제 캐릭터의 심리변화는 그래서 납득되기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작품 속에서 온정선의 프러포즈를 거절한 이현수는 뒤늦게 깨닫고 다시 온정선에게 달려가고 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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