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핀란드친구들, 무엇이 특별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독일친구들이 진지했다면, 인도친구들은 낙천적이고 흥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핀란드친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우리에게 핀란드는 사우나와 자일리톨 정도로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핀란드친구들을 초대한 페트리는 한국인들이 핀란드하면 “휘바휘바”라며 껌을 떠올리는 정도라고 했다. 사실 산타클로스의 나라라는 것도 잘 모르는 이들이 있을 정도. 나라는 익숙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바로 그 지점이 핀란드친구들에 대한 궁금증을 더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지만.

핀란드 친구들도 한국이 낯설긴 마찬가지다. 도시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순박한 시골청년 빌레, 록 음악과 게임캐릭터에 반색하는 사미 그리고 교수로 불리며 한국음식에 유독 관심을 갖는 먹방 거요미 빌푸는 공항에서부터 한국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표정이었다. 페트리가 설명하듯 “매우 춥고 심심한 나라”에서 온 핀란드 친구들은 그래서인지 말도 별로 없고 리액션도 거의 없는 ‘포커페이스’였다. 그러니 그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가 얼굴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포커페이스이기 때문에 살짝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인도친구들이 뭐든 하기만 하면 굉장한 리액션을 보여줘 가만히 있으면 마치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면, 핀란드 친구들은 늘 무뚝뚝한 표정을 지고 있어서인지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해도 굉장한 마음의 표현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는 것.

철두철미하게 계획하고 여행하는 모습은 독일친구들을 그대로 닮았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지도를 파악하고 동선을 체크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명동까지 와서 호텔을 찾는 일이 너무나 순조롭게 이어졌다. 게다가 본격적인 한국 여행을 하기 전 한국을 먼저 알아야겠다며 첫 여행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것도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독일친구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핀란드친구들의 관심사는 역시 조금 달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독 관심을 가진 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태극기였다. 특히 태극기의 그 문양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우리도 간과하곤 했던 태극기가 가진 특성들이 새롭게 보이게 해주었다.



흥미로웠던 건 그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을 보고 식사를 한 후 그들이 간 곳이 디지털미디어시티의 e스포츠 경기장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렇게 게임에 이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빌푸가 국립중앙박물관을 갈 때, “한국은 긴 역사를 가진 나라고, 세종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왕이다. 과학과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하며 그런 사실을 유명 역사게임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한 대목에서부터 드러난 바 있다.

사실 핀란드는 슈퍼셀 같은 세계적인 게임 제작사가 있는 나라다. 하지만 핀란드에는 우리 같은 PC방 개념이 없어 게임을 함께 하기 위해 직접 컴퓨터를 갖고 한 집에 모여 게임을 한다고 했다. 우리의 경우는 게임대회로서의 e스포츠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고, 핀란드친구들이 이름을 얘기할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이머들이 있다. 바로 이런 지점은 이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핀란드친구들과 우리 사이의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사우나라고 흔히 부르는 그 말이 핀란드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사실 역시 우리와 그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첫 날 여독도 풀 겸 우리식의 사우나라고 할 수 있는 찜질방을 찾은 핀란드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못내 궁금해지는 건 그렇게 연결고리가 있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한파를 지나며 한층 겨울에 다가가는 날씨. 하지만 가장 추울 때는 영하 50도 이하로도 떨어진다는 핀란드에 비교하면 우리네 가을의 기온은 저들에게는 여름날씨를 닮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니 이 날씨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저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보게 되고 또 저들을 보게 되는 일이 자연스럽다.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 핀란드친구들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건 그들과 우리의 접점에서 발견되는 저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주는 흥미로움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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