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 엉성한 통보 절차 뒤집어 봤더니…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큰 상일수록 울림이 크다. 노벨상 발표는 끝났지만 수상자들은 아직 감동의 강한 여운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감격을 대중에게 전하려는 기자들이 경쟁해야 하는 한 사람이 있다. 노벨재단 웹사이트의 편집장 아담 스미스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를 전화로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노벨재단 웹사이트에 올려놓는다. 아담 스미스는 세상의 모든 기자와 경쟁을 벌이지만 최초 인터뷰의 승률은 높은 편이다. 그가 다른 모든 기자에 앞서서 노벨위원회에게서 수상자의 전화번호를 받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 편집장이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상 사실 자체를 최초로 알려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벨위원회로부터 수상 사실을 통보받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발표도 접하지 못한 노벨상 수상자가 그의 전화에 비로소 자신이 영예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20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미스가 그런 주인공이었다.

다음은 조지 스미스와 아담 스미스의 인터뷰. 노벨재단 웹사이트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헬로.”
“안녕하세요. 조지 스미스 박사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접니다.”
“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재단 공식 웹사이트의 아담 스미스입니다.
“오, 세상에!”
“들으셨습니까? 방금 스톡홀름에서 발표됐고, 박사님께서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런, 세상에!”
“제가 이 소식을 맨 처음 말씀드리게 돼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아담 스미스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사울 펄무터와의 첫 인터뷰는 물을 먹었다. 아담 스미스 탓이 아니었다. 노벨위원회가 펄무터의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있었다. 아마 아담 스미스는 엉뚱한 곳에 전화를 걸었을 게다. 앞서 노벨위원회 역시 펄무터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스톡홀름에서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될 때 미국 서부 버클리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를 깨운 건 전화 벨소리였다. 스웨덴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상대방은 대뜸 “소감이 어떤지”를 물었다. 어리둥절해진 펄무터는 “뭐에 대한 소감 말이죠?”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노벨상 소식을 전했다. 펄무터의 부인이 바로 컴퓨터로 달려가 사실인지 확인했다. 이 이야기 역시 아담 스미스의 전화 인터뷰 파일에서 들을 수 있다.

아담 스미스라는 이름 때문에 그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게 전화할 때면 상대방이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에게 전화했을 때 그랬다.

“헬로.”
“헬로. 펠프스 교수님 통화 가능하십니까?”
“네, 누구시죠?”
“저는 노벨재단 공식 웹사이트에서 일합니다. 제 이름은 아담 스미스입니다.”
“아, 호호호.”
“네, 압니다. 하하하.”
“잠시 기다리세요. 남편 바꿔드릴게요.”

인터뷰어 아담 스미스는 가끔 인터뷰이가 된다.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며칠 전에는 내가 인터뷰했다. 짧은 e-메일 인터뷰였다.

나는 노벨위원회가 수상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 궁금했다. 대다수 수상자는 소식을 발표 전에 듣지만, 예외가 적지 않았다. 간절히 기대한 어떤 수상자는 통보 받지 못한 채 미디어를 통해 수상 사실을 접했다. 어떤 수상자는 발표 전에 수상 사실이 아니라 ‘중요한 통보가 올 것’이라는 암시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인데, 왜 통보 절차는 결과적으로 엉성해 보일까? 이런 관점에서 노벨상을 뒤집어봤다. 결론은, 노벨위원회는 상의 ‘권위’는 물론 ‘흥행’에도 무척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뉴스위크 최신호(1000호)에 실렸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cobalt@joongang.co.kr


[사진=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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