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수작품상에 ‘소셜 네트워크’, 여우주연상에 나탈리 포트만

(*이 글은 한국 시각으로 내일 오전에 있을 2011 아카데미시상식에 대한 가상 결과를 엮은 것입니다.)

[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는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이 예측됐었고 그렇기 때문에 주요부문에 관한 한 상이 한쪽으로 기울기 보다는 비교적 골고루 시상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8개 부문에 올랐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을 거머쥐긴 했으나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하는 지난 1월의 골든 글로브 때처럼 감독상까지 수상하지는 못했다. 최우수작품상과 시나리오 각색상, 편집상 등 3개 부문에 그치는데 만족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현재 회원수 8억명에 이르는 SNS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젊은 인생을 그리는 내용이다. 현존하는 시나리오 작가 중 가장 정교한 작법을 지니고 있다는 아론 소킨의 시나리오 각색과 핀처 감독의 연출력이 강한 호흡을 이뤄낸 작품이다.

감독상의 복병은 일찍부터 코엔 형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당초 이 이상한 서부극 ‘더 브레이브(원제는 트루 그리트)’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에서 이렇게까지 주못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품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 여우조연상까지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시선을 받는다는 면에서는 ‘소셜 네트워크’를 눌렀다. 아무래도 영화상이니 만큼 코엔의 이름값이 데이빗 핀처를 앞서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아카데미협회 회원간의 암묵적인 ‘안배’가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 브레이브’는 코엔 형제감독에게 감독상의 영예만을 선사했다. 이로써 코엔 형제감독은 2008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 두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한 셈이 됐다.

‘더 브레이브’는 아버지를 잃은 14세 소녀의 부탁으로 악당을 뒤좇는 두 서부 건맨의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서부극과는 180도 다른 이미지를 선보임으로써 이른바 ‘장르 비틀기’의 대표격 영화로 보여진다. 한편 영화 속에서 14세 소녀로 나왔던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헬레나 본 햄 카터나 에이미 애덤스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가장 큰 주목과 기대를 모았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적중률 100%에 가까워 오히려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워낙 쟁쟁한 멤버들이라 회원들의 고민도 그만큼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에브리바디 올 라잇(원제:더 키즈 아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과 ‘래빗 홀’의 니콜 키드먼,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만, ‘블루 발렌타인’의 미셸 윌리엄스 등등 영화를 보면 선뜻 누구에게 표를 주기 망설여지지만, 예상대로 오스카는 나탈리 포트만에게로 향했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번 영화에서 만난 무용수의 아기를 임신, 만삭의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 최고의 행복을 누렸다. 아카데미가 만약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의 손을 들어줬다면 아마도 올 시상식 최고의 파격이라는 평가를 들었을 것이다. 아카데미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긴 하지만 한꺼번에 달리지는 못한다. 올해의 여우주연 시상은 아카데미의 매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대목이었다.

남우주연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곳도 없다.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쓰를 보고 있으면 당연히 이 사람이 맞다는 생각이 들고 ‘더 브레이브’의 제프 브리지스를 보고 있으면 이 사람말고 또 누가 있겠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 127간 곱하기 수백시간은 고생했을 영화 ‘127’시간의 제임스 프랑코에게는 그 힘든 역경의 촬영과정을 십분 고려해 주고 싶고, 스페인 출신의 하비에르 바르뎀,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 역시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만든다. 솔직히 제시 아이젠버그만큼 현존하는 마크 주커버그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연기했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아카데미는 비교적 ‘안전하게’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쓰를 선택했다. 제프 브리지스는 지난 2010년 ‘크레이지 하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만큼 일찌감치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프랑코나 제시 아이젠버그는 콜린 퍼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급이 좀 낮은 배우에 속한다. 게다가 ‘킹스 스피치’가 워낙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다. 심슨 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의 뒤를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기를 이끈 조지 6세의 이야기다. 단 그가 말더듬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 힘있는 연설이 많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아이러니의 충돌극이다.

남우조연은 ‘퍼 파이터’의 크리스찬 베일과 ‘더 타운’의 제레미 레너가 경합을 벌였으나 ‘허트로커’ 이후 꾸준한 연기활동을 인정받는 차원에서 제레미 레너에게 수상의 기회가 주어졌다.

시나리오 각색상은 언급한 대로 ‘소셜 네트워크’의 아론 소킨이, 시나리오 각본상은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돌아갔다.

관심을 모았던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을 맡았던 알렉산더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역작 ‘비우티풀’이 차지했다.

다음은 주요부문 수상후보와 결과다.

최우수 작품상 : ‘블랙스완’ ‘소셜 네트워크’ ‘트루 그리트(더 브레이브)’ ‘윈터스 본’ ‘더 파이터’ ‘인셉션’ ‘더 키즈 아 올라잇’ ‘킹스 스피치’ ‘토이 스토리’ ‘127시간’

감독상 : 대런 애로노프스키(블랙스완) 데이비드 오 러셀(더 파이터) 톰 후퍼(킹스 스피치) 코엔형제(더 브레이브) 데이빗 핀처(소셜 네트워크)

남우주연 : 콜린 퍼스(킹스 스피치) 제프 브리지스(더 브레이브) 제시 아이젠버그(소셜 네트워크) 제임스 프랑코(127시간) 하비에르 바르뎀(비우티풀)

여우주연 : 아네트 베닝(에브리바디 올라잇(더 키즈 아 올라잇)’ 니콜 키드먼(래빗 홀) 제니퍼 로렌즈(윈터스 본) 나탈리 포트만(블랙스완) 미셸 윌리엄스(블루 발렌타인)

남우조연 : 크리스턴 베일(더 파이터) 존 혹스(윈터스 본) 제레미 레너(더 타운) 마크 러팔로(더 키즈 아 올 라이트) 제프리 러시(킹스 스피치)

여우조연 : 에이미 애덤스(더 파이터) 헬레나 본햄 카터(킹스 스피치) 멜리사 리오(더 파이터) 헤일리 스타인펠드(더 브레이브) 재키 위버(애니멀 킹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 = 영화 ‘소셜 네트워크’, ‘더 브레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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