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돈, 그보다 더 현실적인 캐릭터가 있을까?

[서병기의 프리즘] 예능인 정형돈이 대중에 사랑받는 방식은 조금 특이하다. 다른 스타에게서는 대중들이 별로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적 사항들이 정형돈에 관한 것이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령, 정형돈이 개화동에 살고 있고 집에 물이 새며, 또 이사를 가려고 한다는 시시콜콜한 내용들을 대중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결혼전 집이 정돈이 전혀 안돼있고 자장면을 시켜먹는 장면들도 재미있었다.
 
정형돈이 이사를 가는 걸 멤버들이 도와주는 이야기를 ‘무한도전’의 코너로 만든 적도 있었다. 정형돈은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다. 몸이 조금 뚱뚱한 아저씨가 적당히 고집도 있고, 머리 회전이 빠를 때도 있다.
 
집에서는 소파에 눕다시피 한 자세로 꼼짝도 안하는 진상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정형돈은 이렇게 현실적인 캐릭터를 버라이어티 예능에 접목시켰다.
 
정형돈은 스타가 된 과정과 비결도 특이하다. 이례적으로 개그 프로그램에서 크게 뜨기도 전에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넘어갔다. ‘개그콘서트’에서 ‘유치개그’ ‘복숭아학당’의 ‘갤러리 정’으로 활약하고 음악개그인 ‘도레미 트리오’도 했지만 자신의 뚱뚱한 몸을 내세우는 개그를 했다는 정도만 기억에 남아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인 ‘무한도전’에서는 백지 상태나 다름없었다. 초창기에는 별로 웃기지도 못했고 어색하기도 했고 건방지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일상적인 것을 리얼로 만들어내는데 있어 정형돈을 적극 활용왰다. 그 과정에서 정형돈은 못웃긴다든가 어색하다든가 하는 말로 상대가 그를 놀려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형돈은 캐릭터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인물이었다.
 
정형돈은 초창기 ‘무한도전’에서 잘 웃기지도 못했고, 확실하게 캐릭터를 구축하지도 못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잘 웃기지도 못하는 사람이 할 말은 하고 우길 때는 확실하게 우기는 모습이 무엇보다 확실한 캐릭터로 구축됐다. 그렇게 캐릭터가 확실하게 구축된 기반위에서는 쩗은 분량에도 뛰어난 존재감을 발휘하는, 즉 미친 존재감의 스타로 부상했다.
 
옷걸이가 별로 좋지 않은 정형돈이 ”지드래곤, 보고있나?“라고 말하고 정재형의 패션에 대해 지적을 한다. 진짜로 옷 잘 입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면 지드래곤 팬들이 짜증날 수 있지만 은갈치 양복만을 계속 입고 다니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니 그 허세에 웃음이 나온다. 재미있는 건 그런 허세와 키치적 상황이 실제 상황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이다. 정형돈이 얼마 전 한 케이블 채널에서 패션프로그램의 MC로까지 발탁이 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유세윤의 UV가 대스타라고 장담하는 건 분명 키치적 상황이지만 실제로 음반 판매와 음원 소비가 대스타 못지 않다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정형돈은 이처럼 현실적인 캐릭터를 잘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정형돈은 진상부리거나 짜증내는 모습도, 무뚝뚝한 모습도 모두 자연스럽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서 부상을 무릎쓰고 투혼을 발휘한 것도 정형돈의 모습이었다. ‘순정마초’를 함께 부른 정재형과는 CF를 찍기도 했다. 정형돈은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로 어느덧 전 연령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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