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은 과연 백종원·유시민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예능에는 두 가지 종류의 대세가 있다. 지난주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얼굴을 내비친 강균성처럼 불꽃처럼 나타나 한때를 반짝 풍미하는 패널형 대세가 있는 반면, 백종원을 비롯한 스타 셰프들이 그랬던 것처럼 캐스팅이 곧 콘텐츠 기획이 되는 경우도 있다.

김생민은 그 자체가 곧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된 최신 사례다. 지난 주말,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이 확대 편성됐고, ‘가성비갑과 스몰 럭셔리 여행’을 내세운 tvN <짠내투어>가 시작했다. 현재 백종원, 유시민, 김어준 정도를 제외하곤 출연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인물이 없는데, 여기에 김생민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물론, 그도 초기에는 패널형 대세로 소모되는 듯했지만 ‘절약 전도사’란 캐릭터를 ‘절약 노하우’라는 콘텐츠로 탄탄하게 뒷받침하면서 두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는 ‘슈퍼그레잇’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토요일 밤에 자리 잡은 <짠내투어>는 김생민, 박나래, 박명수, 정준형, 여회현 등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해외여행 예능이다. 출연자들이 한 팀을 이루긴 하는데 각자가 하루씩 맡아 여행 스케줄을 설계하거나 평가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비슷한 시간에 방영하는 <배틀트립>의 짝퉁이다. 그러나 별다른 시비는 없다. 알뜰살뜰한 소비 습관을 가진 ‘짠돌이’ 김생민의 존재가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점과 특성을 마련한 덕분이다.



김생민은 방송 첫 화면부터 등장한다. 회의 차 카페에서 제작진을 만났다가 어쩔 수 없이 커피값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김생민의 몰래카메라가 첫 장면이다. 옆이 살짝 터진 운동화 이야기 등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김생민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밝힌다. 티져에서도 티를 냈다. 김생민의 초절약 여행 계획을 접한 박나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김생민은 “이 프로그램은 <짠내투어>다. 기획 의도가 뭘까?”라고 반문한다.

실제로 김생민은 오사카로 떠난 첫 여행에서 자신의 알뜰한 소비 습관을 접목했다.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와 공복임에서도 경비 절약을 위해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을 누비고, 주유 패스 무료 쿠폰을 활용해 오사카성 고자부네 놀잇배, 도톤보리 리버크루즈를 탔다. 이용 시간에 맞추고자 오사카성까지 가서 정작 성은 관람하지 않았다. 짠내 외길, 생민 투어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사전조사를 통해 알아낸 김치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라멘집과 100엔 초밥집을 찾아가 욕망을 절제하는 식사를 했다. 인당 그릇 가격은 정해져 있고, 맥주 등의 추가 주문은 단호히 금지됐다. 이런 과정에서 피어나는 어이없음과 박명수 등 일행과 벌이는 ‘밀당’이 <짠내투어>가 제공하고자 하는 기승전결의 서사이고 웃음의 묘미다.



그런데 사실 절제와 한도는 요즘 여행 예능에 있어 기본 옵션이다. <꽃보다 할배>이후 여행 예능의 핵심은 해외 볼거리 소개에서 여행의 공감과 현실성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공항이용료 같은 필수적인 거다. 연예인, 방송촬영이란 특수한 환경을 리셋하고, 보통 일반의 여행처럼 한정된 예산과 가성비를 추구한다. 극적 재미를 위해 오히려 <꽃보다 청춘>처럼 극도로 저렴한 여정을 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짠내투어>가 내세운 ‘가성비’와 ‘스몰럭셔리’ 콘셉트는 실제로 한발 늦은 계절감만큼이나 새로움,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김생민의 존재는 이런 식상함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똑같은 이야기를 김생민이란 대중이 열렬히 공감하는 캐릭터를 통해 풀어가니 색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면에선 새롭다. 경비를 절약하는 과정과 방법을 보는 재미도 물론 있지만, 김생민의 존재는 절약하는 이유가 단순한 미션이나 설정을 넘어서게 만든다. 김생민은 다른 출연자들의 불만을 마주할 때마다 ‘고등학생이 처음 오사카와 왔다고 생각해보자’ ‘22살 사회 초년생이라고 가정해보자’라며 설정된 상황을 주지하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김생민 특유의 현실감 있는 멘트들은 시청자들 곁으로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간다. 투덜거리면서 따르는 출연자들을 보면 묘한 쾌감이 든다. 초밥 다섯 알 추가로 주문하면 안 되냐는 박명수의 요구에 김생민은 지금 우리 다섯 명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런 욕구들을 절제하지 못해서 파산에 이르는 거라고 준엄한 경고를 날린다. 그만의 현실적인 경제관념을 담은 멘트들을 색다른 공간인 여행 예능에서 만나니 그 자체가 신선하고 새롭다.



문제는 대세와 익숙함의 배합이다. 김생민이 주도권을 갖고 이끌었던 여행 이야기가 끝나고도 <짠내투어>가 색다른 여행 예능으로 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많은 여행 예능을 찍었던 박나래와 정준영이 보여줄 여행 설계가 한 주를 기다릴 만큼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평가자로 함께하는 박명수, 여회현까지 다섯 명의 조합이 <뭉쳐야 뜬다>나 <꽃보다 청춘>처럼 친밀한 가족관계를 이룰 거란 기대를 하긴 어렵다. 여행 코스 제안이란 볼거리는 <배틀트립> 등에서 이미 충분히 즐긴 것들이다. 김생민의 알뜰 가이드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감가상각에 들어갈 것이다.

김생민의 캐릭터는 가성비 여행 예능 <짠내투어>를 존재하게 했다. 아무리 낮게 평가한들 기획에 중요한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김생민이 대세에 등극했다는 상징적 신호다. 그렇다면 마흔다섯에 첫 야외예능을 맡은 김생민은 이 새롭지 않은 여행 예능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대세로 우뚝 선 김생민의 한 손에 영수증 다발과 함께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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