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나인’ 양현석, 소통 실패한 재미는 오히려 역효과 난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한 연예매체가 무려 단독이라며 보도한 양현석이 딸의 국제학교 입학식 참석을 위해 제주로 갔다는 내용의 기사는 즉각적으로 대중들의 질타로 이어졌다. 물론 이것이 기삿거리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있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자녀들 이야기가 뉴스거리가 되듯이 양현석이라는 셀럽에 대해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게다. 기사는 객관적인 사실만은 전했지만, 그 사실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들끓었다.

어쩌다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은 이렇게 미운 털이 박히게 됐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양현석과 관련된 기사들이 나오고 거기에는 여지없이 부정적인 댓글들이 어마어마한 숫자로 달라붙는다. 물론 과거 SBS <케이팝스타>에 심사위원으로 나왔을 때도 일부 부정적인 반응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양상을 보면 이러한 부정적 반응들이 거의 폭발적이다. 그걸 촉발시킨 건 다름 아닌 <믹스나인>이라는 아이돌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다.

아이돌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도 어느 정도 식상함을 느끼고 있던 터에 프로그램 시작부터 전면에 나선 양현석 대표는 몇몇 자극적인 발언과 심사 태도, 기준 등으로 인해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아예 대놓고 <믹스나인>이라는 오디션의 정체성을 YG라고 내세웠지만, 프로그램이 고꾸라지면서 그 비판의 화살이 YG와 그 대표인 양현석에게 오히려 집중되는 반전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



‘은퇴할 나이’, ‘감성팔이’, ‘사연팔이’ 같은 발언들은 사실 듣기에 따라 너무나 불편하고 자극적으로 다가왔지만 어찌 된 일인지 편집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각되어 방송에 그대로 나갔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다름 아닌 YG로 이적한 한동철 PD라는 사실은 이런 편집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것이 결코 YG의 이미지에도 또 양현석 대표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걸 충분히 알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걸 그대로 내보냈다는 건 한동철 PD의 연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것은 이미 <프로듀스 101> 연출 당시에도 보였던 것처럼 ‘악마의 편집’에 가까운 자극적인 편집으로 다소 불편해도 시청자들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한동철 PD의 이러한 의도는 그 방향성을 <믹스나인>에 나온 아이돌 연습생들이 아닌 양현석 대표에게 맞췄다는 점에서 엉뚱한 결과를 만들었다. 즉 양현석 대표는 질타의 중심에 서게 됐고 오히려 부각되어야 할 아이돌 연습생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오히려 부각되지 못하게 됐던 것.

결국 <믹스나인>은 불편한 양현석 대표라는 이미지가 아이돌 연습생들의 면면을 지워버리면서 시청자들마저 외면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0%대로 떨어진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실패로만 남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믹스나인>은 초반 엉뚱한 방향성의 연출로 인해 마치 양현석 대표의 취향과 태도, 성격 같은 것들을 들여다보는 관찰카메라 같은 기능이 만들어졌다.



양현석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믹스나인>이라는 프로그램은 0%대의 시청률로 떨어지는 굴욕을 겪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를 ‘YG의 색깔’로 규정해버렸던 그 기대감은 고스란히 실망감으로 바뀌어 YG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 누구도 YG의 성과와 이를 이끌어온 양현석 대표에 대한 안목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은 다르다. 그것은 아무도 몰랐던 아마추어를 단번에 주목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괜찮았던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추락시키는 일도 발생시킨다.

실력은 어떨지 모르지만 소통에서 실패했다. 양현석 대표의 심사과정에서 보여준 불편한 멘트가 그랬고, 어찌 보면 남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타 기획사에 가서 연습생들을 세워두고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그 구성 자체가 그랬다. 그리고 그것을 편집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연출의 소재로 잡은 것과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연습생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양현석 대표의 관찰카메라처럼 느껴지게 한 그 본말의 전도가 그랬다. 지금의 대중들이 제아무리 재미를 추구한다고 해도 소통에서 실패한 재미는 오히려 역효과가 된다는 걸 양현석 대표는 왜 몰랐을까. <믹스나인>은 여러모로 양현석 대표에게 큰 숙제와 짐을 짊어지게 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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