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3세가 꿈꾼 적폐청산? ‘변혁의 사랑’이 가진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무 큰 야심이 아니었을까. tvN 주말드라마 <변혁의 사랑>은 아예 주인공 이름을 변혁(최시원)이라고 내세웠고 그걸 제목으로까지 달아, 이 드라마가 무언가를 깨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걸 내세웠다. 그러니까 <변혁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변혁이라는 재벌3세의 사적인 사랑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뒤로 가면 그의 직장동료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뜻으로 확장될 것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변혁을 이렇게 촉발시킨 인물은 다름 아닌 백준(강소라)이다. 그가 백준을 만났을 때,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읊조렸던 그 장면이 바로 그 지점이다. 비행기에서 난동사건을 벌이고 그런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친구이자 비서역할을 하는 권제훈(공명)이 대신 뭇매를 맞는 철부지 재벌3세가 프리터족 백준에게 푹 빠지고 그래서 그 을들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며 나아가 그들을 위해 앞장선다는 것.

그래서 <변혁의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가 가진 틀에 사회극적인 요소가 덧붙여진 작품이 되었다. 변혁과 백준 그리고 권제훈 사이에 얽힌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면, 이들이 힘을 합쳐 강수그룹의 부조리를 바꿔나가는 그 과정이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문제는 이 부조리 척결의 전면에 나서는 변혁이라는 인물을 우리가 과연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변혁이 척결해야할 그 을들을 핍박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 변강수(최재성) 회장과 형 변우성(이재윤)이다. 그들은 갖가지 편법으로 회사가 아닌 자신들을 위해 치부를 해왔고 그것이 하나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까지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마지막에 결국 구속되게 된 변강수가 자기 때는 이런 일이 다반사였다고 당당히 표방하듯이.

드라마는 이러한 적폐청산이 변강수와 변우성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강수그룹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강변함으로써 변혁의 이런 선택들을 납득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해결이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어디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재벌3세가 스스로 나서 자신들의 적폐를 청산하는 행보를 본 적이 있었던가.

그래서 드라마는 다소 이러한 변혁의 과정이 갖는 비현실성을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슬쩍 넘어가려 한다. 이건 코미디이니 그렇게 현실성을 따지지 말자는 투다. 하지만 재벌그룹의 이런 갑질들을 너무나 현실 속에서 많이 목도해온 대중들로서는 그 해결방식으로서 제시된 코미디를 섞은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이 변혁의 주체를 백준 같은 비정규직이나 권제훈 같은 갑이 되려 했으나 영원히 을임을 알게 된 인물에게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그나마 현실적인 결말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자칫 이러한 판타지적 방식으로 이뤄진 적폐청산이란 오히려 현실의 적폐들을 너무 쉽게 바라보게 만들고 어쩌면 그 해결도 결국 그들이 해야 가능한 일 정도로 치부될 위험성도 있다.

실로 야심은 컸으나 그만한 성취를 얻었다 하기 어려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작품 초기 최시원 반려견 사건이 논란이 되어 마치 그것 때문에 드라마가 순항하지 못한 것처럼 얘기되곤 하지만, 실상은 작품 내적으로도 한계를 가진 면이 있었다. 아직까지 재벌3세가 나서 적폐청산을 하는 이야기가 납득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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