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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vs ‘역적’, 이래서 이 드라마가 올해 최고다
기사입력 :[ 2017-12-08 14:12 ]


‘TV삼분지계’ 어워드 2017 (1) - 올해의 드라마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2017년처럼 극적인 해가 또 있었을까.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 역시 헌정사 첫 ‘장미 대선’, 외교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최초의 여성 장관 탄생, 자연재해로 인한 사상 최초의 수학능력시험 연기... 굵직한 초유의 일만 모아도 이 정도다. 드라마나 예능의 그 어떤 장면도 이 역대급 사건들의 화제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공정방송회복을 위한 파업과 연대 투쟁이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하나의 방송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 방송 결산이 험난한 상황에서도 <삼분지계>는 12월의 4주간 올해 TV 속 최고의 순간들을 차례차례 선정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올해의 드라마다. 미약하나마, 오늘보다 나은 방송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길.



◆ <역적>,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전복의 서사

지난해 방영된 SBS 사극 <육룡이 나르샤> 최종회에서 마침내 왕위에 오른 이방원(유아인)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서 쓸쓸히 독백한다. ‘너희는 참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내게 굳이 맞서지도, 굳이 덤비지도 않았지만, 내게 마음을 다 주지도, 내 손 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바람이 그러하고 백성이 그러하듯이...’ 마치 몇 달 뒤에 일어날 촛불혁명을 예언이라도 하듯, ‘헬조국’에 대한 분노로 시작해 건국혁명을 위한 기나긴 싸움을 이어간 이 작품은 새 시대 군주의 자세란 그처럼 백성을 어렵게 여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올해 1월에 방영돼 장미대선이 치러진 5월에 종영한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그 어렵다는 백성의 마음이 움직여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된 이야기를 그린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분이(신세경)와 함께 백성을 대표했던 ‘무휼’의 배우 윤균상이 이번엔 백성의 마음을 움직인 민중영웅 홍길동으로 성장했다. 태생부터 그 유명한 ‘홍판서의 비극적인 서자’가 아니라 ‘씨종 아모개의 아들’임을 선언한 길동이, 백성과 함께 몰아낸 폭군(김지석) 앞에서 “너의 죄는 위를 능멸한 죄, 능상”이라고 일갈하는 최종회의 하이라이트신은 2017년을 전후한 시대정신을 압축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역적>에 대한 호평은 이 거대한 혁명서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길동 오라버니가 이상한 말 하는 거 있죠. 밥하고 빨래하지 말라고. 그걸 여자가 하지 누가 해요? 이런 거라도 안 하면 당장 쫓아낼 거면서...”라 생각하던 가령(채수빈)이 훗날 역사의 서술자로 변신하는 과정이나, 어린 여성 캐릭터인 상화(이수민)가 연상의 남자 형제들 못지않게 체제의 모순을 직접 체험하고 증명하는 존재로 그려진 것 역시 유의미한 진보다. 사소해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이 변화에서 희망을 본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고백부부>,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탄생

“보세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한동안 KBS2 드라마 <고백부부> 추천을 많이도 했다. 제각기 공감 가는 대목이 다르지 싶은데 나는 모녀 관계 설정이 특히나 좋았다. 혼돈의 시대 탓인지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거리를 두고 삭막해져가는 가운데 그나마 모녀 사이는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가 아닌가. 사실 드라마 속 설정이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시간을 거슬러 이십대로 돌아간 진주(장나라)가 엄마(김미경)를 부여잡고 통곡하다시피 우는 부분이 어린애도 아니고 너무 과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엄마 임종도 못한 헛헛함이 채 가시기 전에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 진주. 입덧을 하고, 진통이 오고, 아이가 태어나고, 서툰 손길로 목욕을 시키고, 아이를 달래느라 잠 못 이루는 동안 얼마나 엄마 생각이 많이 났겠나. 엄마가 생존해 있었더라면 이혼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진주가 미래에서 왔다는 걸 눈치 챈 엄마는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지만 그럼에도 딸의 등을 떠민다.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들 서진(박아린)이가 있는 곳으로 그만 돌아가라고. 울며불며 딸에게 집착하지 않는 엄마의 유연한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건 내내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는 것. 예를 들면 ‘왜 아이 생각을 안 하지?’ 의문을 갖는 순간 진주가 서진이를 떠올리며 오열을 한다거나 엄마가 반도(손호준)에게 손수 생선살을 발라 주는 장면에서 ‘꺼림칙하게 여길 수도 있는데’ 하는 순간 엄마가 ‘우리 집 애들은 이렇게 해줘야 먹어서 그래’라고 말한다거나. 소통을 할 줄 아는 권혜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역적>, 세상은 몇몇의 영웅들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올해 나온 드라마 중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보다 기술적으로 더 잘 만들어진 작품은 많다. <역적>은 중후반부 늘어지는 템포로 보는 이들을 당황케 했고, 길동(윤균상)과 그의 무리들이 전대물 히어로들 같은 가면을 쓰고 궁궐에 쳐들어가는 장면은 <역적>의 팬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어리니 찾기’는 많은 이들을 지치게 했다.

그럼에도 2017년의 드라마로 주저 없이 <역적>을 꼽은 이유는, 방영을 시작한 시기에 필요한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역적>은 사회를 바꾸고 싶은 괴력의 장사 길동 하나의 영웅담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처음엔 때리면 맞고 밟으면 밟히는 백성들이 답답하다며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백성들의 탓이라 생각하던 길동은, 제 자신이 연산(김지석)의 손에 철저히 망가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백성들을 이해하게 된다. 운동의 전위로서 민중을 앞장서서 계도하려던 길동의 엘리티시즘이, 백성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난 뒤 세상은 백성들과 다 함께 싸워내야 바뀔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 사회 개혁을 다룬 수많은 작품들이 영웅적인 몇몇 기자, 검사, 형사, 정치인들 서너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나간다는 식의 전개를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었다. 26화 중 향주목을 지키기 위해 길동과 그의 무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대목, 길동이 구하고자 했던 향주목 백성들이 도리어 길동을 도와주는 장면은 <역적>이 다른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작품이 김장겸 체제 하의 MBC에서 만들어져 방영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또한 <역적>은 김상중의 아모개나 채수빈의 가령, 심희섭의 길현과 같은 선역들 뿐 아니라 악역조차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물로 그리지 않으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왔다. 김지석의 연산이나 이하늬의 녹수와 같은 인물들은 마냥 악당이라고 보기에는 안타까울 정도의 속사정들을 가지고 있었고, 각각 김지석과 이하늬의 연기 인생 중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로 남을 수 있었다. 2017년이 끝나갈 무렵 다시 돌아봐도, 올 한 해 <역적>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었노라 말하고 싶은 이유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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