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친구들은 어떻게 ‘어서와’의 대안이 됐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쩌면 이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지금껏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외국인 친구들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기억에 남지만 이번 핀란드 친구들은 특별한 면이 있다. 차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음식 먹는데 열중했던 먹방요정 빌푸와 뭐든 신기하고 새롭게 받아들이는 순수 시골청년 빌레, 그리고 락스피릿이 느껴지는 사미. 그들은 핀란드로 돌아갔지만 그들이 남긴 인상은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핀란드 친구들이 특별했던 건, 지금껏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보여주던 관전 포인트, 즉 우리네 문화를 들여다보는 그들의 리액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일 게다. 낮 시간에 술 마시면 자괴감이 든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밤이면 아예 술을 팔지 않는다는 핀란드의 우리와는 다른 술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14년 만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는 빌레의 이야기에서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미에 대한 관점 같은 걸 읽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새 우리 문화와 음식 같은 것들이 익숙해져 창덕궁의 그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운했던 정조에 공감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되자 “김치”를 외치며 어디든 들어가는 그들에게서는 타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여러모로 핀란드와는 너무나 다른 곳이 우리나라였다. 날씨도 다르고 식문화도 다르고 도시의 크기나 풍광도 다르지만, 그들은 그 다름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 청년들이 PC방에 처음 들어가 보인 반응은 물론 예능적으로 보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이었다. 모든 게 시스템화 되어있고 첨단화 되어 있는 우리네 PC방에 그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게임만 할 수 있겠다며 반색했지만, 그건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게임에 몰두하고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이 우리 도처에 널려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것이 잠시 간의 레저에 머물면 물론 좋을 일이지만 어디 현실이 그럴까. 그 장면은 게임을 하며 저도 모르게 외치는 거친 욕들은 이토록 순수한 청년들도 어쩔 수 없이 깊게 빠져드는 그 세계를 말해주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게임이 나오는 핀란드가 가진 남다른 게임에 대한 인식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의 야경을 보며 핀란드 친구들이 그 높게 솟은 빌딩 숲들과 스카이라인에 감탄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 도회적인 풍경에 감탄하고 있지만, 그건 거꾸로 그들이 사는 핀란드의 자연적인 풍광들을 드러내주는 건 아닐까. 너무 건물들만 들어서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서울의 차가움 때문에 우리는 북유럽의 자연적인 풍광을 더 꿈꾸기도 하지 않는가.

물론 저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그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특히 이번 핀란드 친구들의 면면들이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들이 자신들과는 너무나 달라서 소중한 체험으로 여겼던 것들이 우리의 것들을 새롭게 포착해내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없는 저들만이 가진 어떤 것들을 또한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한 마디로 말해 ‘순수함’이나 ‘소박함’ 같은 것들이 아니었을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두고 그저 외국인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찬탄을 들여다보는 마취적인 재미라는 비판이 있다. 일정 부분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관점을 살짝 틀어서 바라보면 저들의 찬사 속에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조금은 엇나가있는 문화의 양태를 발견할 수 있다. 핀란드 친구들이 특별했던 건 그 특유의 순수함으로 인해 찬사 속에도 느껴지는 비판적 관점들이 고스란히 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의 양면성은 향후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비판적 지점들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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