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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흉기였다”... ‘PD수첩’, 뼈아픈 자기반성의 의미
기사입력 :[ 2017-12-13 11:37 ]


‘PD수첩’의 자기반성, MBC가 해야 했던 첫걸음

[엔터미디어=정덕현] “사회적 공기였던 공영방송이 사회적 흉기가 돼 버렸습니다.” MBC [PD수첩]이 특집으로 편성한 ‘MBC 몰락, 7년의 기록’에서 진행을 맡은 손정은 아나운서는 그간의 MBC를 이렇게 표현했다. 다름 아닌 MBC의 [PD수첩]이 이렇게 스스로를 ‘사회적 흉기’였다고까지 말하는 대목은 그 자체로 굉장히 상징적인 느낌을 줬다.

그 7년 간 눈 코 입이 막히고 손발이 잘려 국민들로부터 그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던 [PD수첩]이 아니던가. 파업을 끝장 낸 김장겸 사장이 퇴진하고 새로이 들어온 최승호 신임 사장 역시 바로 이 [PD수첩]에서 일하다 쫓겨난 인물이었다. 최승호 사장이 이미 <공범자들>이라는 영화를 통해 보여줬듯이 MBC의 몰락은 MB 시절 국정원이 나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들이라는 걸 [PD수첩]은 그 자기반성의 특집 속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시작부터 그 자기반성에는 가감이 없었다. 촛불집회에서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질책들에는 “MBC도 언론이냐, 권력의 나팔수, 기레기,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우선적으로 MBC 내부의 잘못이라는 걸 [PD수첩]은 겸허히 받아들인 후, 그러나 그것을 치밀하게 꾸며낸 외부자들이 있었다는 걸 단독 입수한 국정원 문건을 통해 확인시켜 나갔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보도할 때 그 규모를 왜곡보도하기 위해 카메라 앵글까지 지침으로 내려왔던 사실이나, 심지어 뉴스에서 촛불집회를 ‘종북세력’이라 지칭하며 보도한 일,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로 사망했을 때 그 장면을 입수하고도 뉴스에 내보내지 말라는 지침들, 심지어 세월호 참사 때는 피해자 가족을 떼쓰는 사람들로 몰아세우는 최대한 ‘언론 참사’까지 MBC의 보도가 균형을 잃고 편향보도를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또 손석희나 김미화 등이 멀쩡하게 잘 해오던 방송을 하루아침에 물러나게 된 것도.



그것이 공교롭게도 국정원 문건 속의 지침과 딱딱 맞아 떨어졌던 것. 결국 MBC의 몰락을 이끈 건 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마치 관용 언론처럼 MBC를 만들어간 그 과정 속에서 생겨난 것이란 걸 그 문건은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탄핵 정국을 맞았을 때 서문시장 화재가 나자 잠깐 방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식을 왜곡해 보도한 MBC의 뉴스는 그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상은 박사모의 박수에 상인들이 반발했고, 잔불 진화해야 하는 소방관까지 몰아내고 대통령 의전을 하기도 했다는 것.

심지어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는 당시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목포 MBC측의 정정보도 요구도 묵살했고, 피해자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거짓 보도를 하기도 했다.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MBC는 슬픔에 빠진 국민과 유가족을 위로하기는커녕 권력자의 안위를 살폈다.” [PD수첩]이 MBC 스스로를 ‘사회적 흉기’라고 부른 이유다.



당시의 책임자들은 기자들의 인터뷰에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으며,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아직도 그 부역의 대가로서 MBC의 여러 요직들을 거쳐 지금도 버젓이 잘 살아가고 있었다. 최승호 사장이 <공범자들>을 통해 이야기했던 공범의 주역들로 지목되는 그들은.

MBC는 최승호 사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첫 날부터 적폐 청산의 속도를 높였다. 배현진 앵커가 물러났고, [뉴스데스크]는 재정비에 들어갔으며 신동호 아나우서는 평사원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시작일 것이다. 그 7년 간의 몰락을 다시 일으키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PD수첩‘의 자기반성은 그래서 MBC가 다시 돌아오기 위한 그 첫걸음처럼 보였다. 지난 7년 간의 문제들을 모두 드러내고 잘못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정상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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