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만 ‘나쁜 남자’ 변신, 노림수는?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김병만이 이끄는 SBS TV ‘정글의 법칙’이 21일 첫 공개됐다. 김병만은 아프리카의 오지 나미비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아프리카에 맨손으로 떨어뜨려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병만의 야생성을 함축하는 말이다.
 
김병만족(族)으로 불리는 이 팀에는 ‘출발드림팀’의 스타 리키김 정도만 운동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을 지녔고 광희와 류담은 ‘식물성’으로 대비되는 약한 사람들이 속해있다. 당연히 김병만이 정글에서 적응해나가는 야생성을 ‘셀링 포인트’로 삼았다. 몇몇 먹거리와 필요한 물건을 준비해갔다는 점에서 디스커버리(Discovery) 채널에서 방영한 오지생존프로그램 ‘Man VS Wild’보다는 시시했지만 우리 문화와 감각으로는 놀라운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소를 맨손으로 잡는 나미비아 힘바족의 원시성도 충격적이었지만, 고무보트를 타고 가는 그 강물에 악어가 돌아다니는 환경 자체는 생존이 쉽지 않음을 상기시켜준다. 하지만 김병만은 다람쥐처럼 맨손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애벌레와 뱀까지 사냥한 후 애벌레를 불에 구워먹으며 야생에 적응하고 생존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달인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김병만에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그렇다면 리얼 생존 버라이어티를 지향하는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에게서 어떤 새로운 면을 보여줄 것인가? 1회에서 이미 새로운 모습의 단서가 나왔다.
 
하나는 노력과 성실이라는 가치를 실현시키며 치열하게 살아온 김병만이 처음으로 ‘나쁜 남자’ 이미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집짓기를 두고 리키김과 신경전을 벌이다 갈등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었다.
 
김병만은 리키김의 의견을 무시하는 등 독선적인 면을 드러내며 리더십에 문제를 보인 것이다. 김병만은 치열함과 강한 고집 덕에 땀과 노력으로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지만 처음으로 ‘네거티브한 면’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이 장면은 김병만에게는 처음 맞는 위기다. 리키김이 방충망에 돌을 달아 그물로 쓰기위해 묶은 것을 김병만은 바로 풀어버렸다. 리키김이 “왜 내가 다해놓은 걸 풀어”라고 하자 김병만은 “그럼 다시 묶어”하고 그물을 돌려주었다.
 
집짓기 때도 김병만은 “악어때문에 나무 위에다 상판을 깔아 집을 짓자”고 한 반면 리키김은 “그렇게 지으면 집짓는데 2~3일 걸린다. 나무를 깔아 밑에서 자고 울타리를 치자”고 주장했다. 여기서도 건축학도 김병만은 상대를 설득시키기보다는 “결과물을 봐”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공법을 감행했다.
 
리키김이 대화로 풀어가려는 합리적 모습을 보인 반면 김병만은 나이와 직급(김병만족의 족장)으로 밀어부치는 양상을 보였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선과 아집, 이기심 같은 것들이 살짝 드러났다. 시청자들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김병만의 모습이라서 적잖게 당황했고 불편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될지가 궁금하다. 김병만은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대화와 소통과 조율로 다시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 하나는 김병만이 TV 앞에서 힘들고 피곤함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어렵게 쌓아나가야 하는 숙명을 지닌 김병만이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많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꿈이 있는 거북이도 많이 지친다’는 자막도 함께 올라왔다.
 
간혹 김병만이 다큐물에서 가족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적은 있어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달인’이나 ‘키스 앤 크라이’에서 김병만은 수많은 시간 동안 고생하며 다치고 깨진 것은 시청자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무대에 올려지는 단 몇 분을 보고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방식을 택했던 김병만은 이를 위해 투자하고 고생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인정돼 지금은 ‘고비용 고효율’의 예능이 됐다. 이를 위해 고생하고 힘들어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보여졌다.
 
김병만은 이제 혼자만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 달인팀도 3명이지만 그 팀은 김병만에게 최적화된 그룹이다. 류담과 노우진은 김병만을 워낙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한 것들은 김병만에게 맞춰준다. 하지만 리키김과 광희는 그렇지 않다. 김병만이 이들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로서 또 한 번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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