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효리·엄정화, 돌아온 슈퍼스타들의 명과 암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2017년 컴백한 슈퍼스타 비의 신곡 ‘깡’의 뮤직비디오에는 가죽 갑옷 같은 ‘어깨뽕’을 입은 비가 등장한다. 비에게 있어 넓은 어깨는 선글라스와 몸을 쓰다듬는 춤동작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들이다. 다만 30대의 비는 좀 더 어깨를 넓히고 싶었는지 과하다 싶은 어깨 갑옷을 착장하고 나타났다.

비는 랩을 읊조리며 자신의 컴백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다. 스웩을 뽐내고, 왕이 귀환해서 후배들은 바빠지는 중이다. 곧이어 그의 랩은 15년을 넘어 모두가 인정하는 그의 몸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선언한다. 아쉽게도 비의 랩은 그가 무명의 래퍼로 <쇼미더머니>에 참가했다면 단번에 판가름될 듯하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남는 것은 여전히 춤을 잘 추는 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나르시시즘 가사 덕에 그마저도 빛이 바랜다. 혹시라도 비는 스웩을 외치는 자신의 모습으로 ‘병맛’스러운 코믹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것일까? 그런들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다. ‘깡’ 속 비는 유쾌한 ‘병맛’보다는 김빠진 사이다 맛에 가까운 장면들을 연출한다.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비, 허나 이제는 좀 식상해진 비.

물론 비의 몸이 훌륭한 가치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 비는 그 몸 하나로 스타가 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나쁜 남자’로 데뷔한 비의 매력은 어두우면서도 절제 있는 섹시미였다. ‘나쁜 남자’에서 셔츠 단추를 다 풀지는 않고 약간만 풀어헤쳐 순간순간 들어나는 복근 같은 매력이겠다. 긴 팔, 다리에서 흐르는 댄스의 선 또한 절도 있고 훌륭했다. 여러 모로 처음부터 아마추어 같은 티가 전혀 없던 스타였다. 거기에 ‘안녕이란 말 대신’에서처럼 가끔씩 귀여운 후속곡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반전 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2017년의 슈퍼스타 비는 좀 어정쩡하다. 박진영의 그림자 없이 홀로 선 그는 내 몸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새로운 음악들을 가져오지만 대중들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현재 비의 음악은 본인의 녹슬지 않은 댄스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다. 데뷔시절부터 춤을 익히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는 악과 깡은 이미 그의 전매특허이기도하다.

자제력 없는 10대와 20대 아이돌에게 악과 깡은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30대는 아니다. 30대 스타에게 악과 깡이란 불필요한 과시나 허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박진영에게서 벗어난 후 비의 작업들은 대부분 비의 몸만 보일 뿐, 대중의 마음을 건드리는 성숙한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아마도 앞으로 비의 성공 여부는 ‘깡’을 과시하는 것보다 ‘깡>’을 피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2017년 올해 컴백한 왕년의 스타들이 비처럼 아쉬움만 남겼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혹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력을 보여주며 성공하기도 했다.

2016년 겨울 새로운 출발을 알린 젝스키는 2017년에 접어들어 20주년 기념앨범과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완전히 가요계로 돌아왔다. 컴백 이후 꾸준히 새로운 팬층을 늘려간 젝스키스는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친근한 느낌을 부드럽게 조화시키는 전략을 보여준다. 그 결과 그들은 영원히 늙지 않는 친근한 아이돌 같은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에 걸그룹 핑클로 2000년대에는 솔로로 두 번의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이효리는 슈퍼스타의 자리를 내려놓아 본인의 가치를 높였다. 올해 이효리는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그녀만의 여유롭고 편안한 30대 후반의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컴백앨범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캐릭터의 이효리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한 2017년이었다.



반면 2017년 최악의 드라마로 손꼽을 만한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최고의 감정연기를 보여준 엄정화도 무대로 돌아왔다. 엄정화는 최근 신곡 ‘엔딩 크레딧’을 발표하며 작년 연말 발표한 10집 앨범의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1980년대를 오마주한 레트로 복고풍 음악의 뮤직비디오에서 엄정화는 여전히 인상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 ‘엔딩 크레딧’은 작년 말 발표했던 두 곡과 달리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섬세함을 지녔다. ‘Dreamer’와 ‘Watch me move’가 댄스가스로서의 굳건함을 보여줬다면, ‘엔딩 크레딧’은 대중들에게 늘 친숙했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그녀의 모습들이 떠오르는 음악이다.

엄정화는 트렌드에 대한 감각과 본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조화시킬 줄 아는 스타라면 차트에서의 성공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박수를 받는다는 걸 보여주는 훌륭한 예로 남았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레인컴퍼니, JTBC, 미스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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