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당’이 훈훈하게 위로한 우리들 반복된 일상의 고단함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무엇이 우려를 열광으로 바꿨을까. tvN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이 최고 시청률 8.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주말 시간대도 아닌 주중 그것도 밤 11시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실로 어마어마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동시간대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일 것이다.

시청률보다 더 큰 건 화제성이다. 이제 한 회만을 남긴 <강식당>에 대해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시청자게시판은 호평 일색이다. 출연자들에 대한 좋은 반응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도 이어진다. <신서유기>에서 나온 외전 성격의 프로그램이지만 어찌 보면 <신서유기>보다도 더 좋은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시작 전만 해도 <강식당>은 불안했다. <윤식당>의 패러디라고 아예 내세웠지만 너무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것. 하지만 이런 우려는 단 첫 회만에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윤식당>이 ‘힐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면, <강식당>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음식점에서 멘탈이 나가버리는 출연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짠하지만 웃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재미가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이미 <신서유기> 아니 과거 <1박2일> 시절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이 있었고, 그 캐릭터들이 리얼리티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현실과 상황극을 넘나드는 의외의 깨알 같은 웃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평생 먹을 줄만 알았던 강호동이 제 몸집만한 돈가스를 연실 튀겨내고,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행복한 강식당이에요”라고 던지는 멘트는 웃음을 줄 수밖에 없고, 그와 오랜 콤비를 맞춰온 이수근이 슬슬 그의 감정을 건드리며 깐죽 웃음을 선사한다. 역시 행사 경험이 풍부한 이수근은 홀에 나와서도 특유의 여유 있는 너스레로 손님들을 쥐락펴락한다.

아기를 어떻게 안는지도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은지원이 손님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아기를 안아주며 점점 그 귀여움에 빠져드는 장면은 ‘애가 애를 안는다’는 상황으로 웃음을 만들고, 쏟아져 들어오는 설거지를 쉴 새 없이 하다가 물이 튀어 카메라에 얼굴조차 나오지 않게 된 송민호는 ‘그래도 아이돌’이 이런 모습이라는 자막으로 웃음을 준다. 그나마 요리에 일가견을 가진 안재현은 주방에 안정감을 주지만 그가 밥이 되지 않아 오므라이스를 해주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조차 마음 졸이게 된다.



여기에 마치 카운터펀치를 날리듯 <꽃보다 청춘> 촬영차 자리를 비운 송민호 대신으로 들어온 나영석 PD는 ‘나노(나영석 노예)’로 불리며 또 다른 꿀잼을 선사한다. ‘본사에서 온 분’으로 소개되며 책상물림을 하다 ‘나노’가 되어버린 그 상황이 출연자들에게 주는 ‘묘한 통쾌함’은 관계를 뒤집어놓았을 때 그 자체로 나올 수밖에 없는 웃음을 그려낸다.

이수근이 이 상황을 흥얼대는 트로트 가락으로 부른 ‘반복’은 실제로 <강식당>의 웃음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매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돈가스를 위해 밤늦게까지 고기를 펴는 장면, 돈가스를 튀기고, 오므라이스를 만들고, 손님을 받고, 계산하고 하는 일들이 가게를 연 후 매일같이 반복된다. 그래서 자막은 ‘같은 장면 아님’이라고 자꾸만 달라붙는다. 그런데 이러한 반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일상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매일 같이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반복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의 깨알 같은 재미들이 들어 있다. 반복적인 일상이 주는 현실은 실로 <강식당>의 식사도 못하고 하루가 훌쩍 가버릴 정도로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함께 그 정신없음을 지나온 이들이 준 웃음과 관계의 훈훈함으로 남아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물론 모든 일상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강식당>이 떠올리는 기억들은 그런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그 멘붕 상황 속에서 속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애써 “인상 쓰지 말아요”, “우린 행복한 강식당이에요”라고 말하곤 하는 강호동이나, 물밀 듯이 밀려드는 손님들 앞에서 애써 여유를 부리며 오히려 그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수근의 모습이 <강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건 힘들어도 애써 웃으며 그 반복적인 일상을 버텨온 우리들의 이야기였을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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