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프랑스편 약해도 이런 호불호가 진짜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랑스편은 시청률이 전편이 핀란드편보다 평균적으로 낮다. 핀란드편이 평균 4%대에서 최고 시청률 4.8%(닐슨 코리아)를 찍었던 반면, 프랑스편은 평균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도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한참 상승세를 타던 것과 비교해보면 조금 주춤하는 느낌을 주는 건 분명하다.

이렇게 된 건 기존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프랑스편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독일편이나 최고 시청률을 찍은 핀란드편이 그랬듯, 이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하는 건 아무래도 한국문화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호감이나 이해 같은 걸 드러냈을 때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왔지만 그러한 공감대 속에서 소통하는 즐거움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재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편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낸 첫 날부터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장면들을 보여줬다. 이를 테면 하필이면 처음으로 접하는 음식점에서 매운 걸 잘 못 먹는 그들이 떡볶이를 시키고 그걸 먹으며 너무나 괴로워하는 장면 같은 것이다. 또 프랑스 거리라고 알려진 서래마을에 갔지만 실상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빵집을 찾아 허기를 달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도 이들의 여행이 우리 문화와의 어떤 공감이나 소통을 드러내는 부분은 조금 약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미술관에 가서 우리네 현대미술을 관람하고는 포털업체를 방문하고 놀이공원에 가는 그 과정들이 우리만의 문화체험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여행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한국에 왔다고 무조건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 경험에서 항상 좋은 반응만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시도는 해보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때로는 힘들기만 한 상황이 나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셋째 날 이들을 초대한 로빈이 강화도로 가서 전등사 발우공양을 체험하게 하고, 외규장각을 찾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네 문화재 이야기를 꺼내 놓거나, 또 식사를 하러 간 게요리 전문점에서 간장게장을 도저히 먹지 못해 포기하는 마르빈의 모습도 그래서 다른 외국친구들의 여행기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움이 있었다.

발우공양 때 단무지로 그릇을 닦아 그 물을 마시는 것에 어딘지 어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랬고, 외규장각에서 자신의 나라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벌였던 일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조금은 불편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그랬으며, 뭐든 주기만 하면 모두 엄지를 척 올리던 모습과는 달리 아무리 시도해도 도저히 못 먹겠다며 맨밥만 뜨는 모습도 그랬다.



물론 이들은 숙소로 돌아와 배달음식으로 파티(?)를 벌이며 한국의 배달문화에 놀라고, 그 음식들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그들의 취향에 맞았다고 할 수는 없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우리의 문화를 마치 우리처럼 즐겨주고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다. 그들과 우리는 다르고,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문화 체험을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덕목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프랑스편이 조금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해도 그저 일방적인 호감만이 아닌 이러한 호불호야말로 진짜라는 걸 이 편이 보여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다 좋을 수가 있을까. 싫은 것도 있고 불편한 것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겪을 때 우리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 어찌 보면 이번 프랑스편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그저 달달한 공감과 소통의 사탕만을 주던 것에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줌으로서 어떤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균형감각은 이 프로그램이 자기만족적인 도취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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