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녀석들2’, 검찰과 조폭, 어째서 다 똑같아 보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누가 더 나쁜 놈들일까. 아마도 OCN 주말드라마 <나쁜녀석들2>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이른바 ‘적폐’라고 불리는 그들. 1990년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그 적폐로 지목됐던 이들은 다름 아닌 조폭들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드라마나 영화가 지목하고 있는 건 조폭들보다 더 나쁜 녀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바로 조폭들을 때려잡던 검찰이다.

<나쁜녀석들2>에는 세 집단을 대표하는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조폭들을 대거 정리하려는 이명득 지검장(주진모), 서원시의 온갖 불법에 특혜에 손대고 있는 현성그룹 회장이자 조폭들의 수괴 조영국(김홍파) 그리고 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우제문(박중훈) 검사. 이 중에서 우제문 검사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메시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다. 조폭들을 때려잡다보니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나쁜 녀석’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검찰 내에서도 소외된 인물.



이야기는 이명득 지검장이 조영국을 잡기 위해 우제문에게 “칼이 되어달라”는 제안으로부터 시작되고 그래서 죽고 죽이는 유혈이 낭자한 우제문과 조영국의 싸움이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판이 이명득 지검장에 의해 짜여진 거라는 걸 알게 된 우제문은 죽이러 갔던 조영국을 청문회장에 세우려 한다.

그러니 <나쁜녀석들2>는 이 부분에서 배상도 시장(송영창)과 유착되어 있다고 여긴 조영국만이 적폐가 아니라, 진짜 적폐는 검찰 내부에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러고 보면 우제문 검사 같은 괴물이 탄생하게 되는 것도 올바르게 법대로 굴러가지 않는 검찰내부의 적폐들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나쁜녀석들2>는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다. 이명득 지검장의 실체를 알아가는 6회 분량에서 조영국이 이끄는 조폭들과 우제문이 이끄는 검찰과 경찰들이 한 건물에서 패거리 싸움을 하는 장면은 무려 40분간이나 이어진다. 70분짜리 드라마의 반 이상이 떼로 몰려다니며 각목과 도끼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들로 채워지고, 피가 철철 흐르고 널브러져 있는 이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이런 패거리로 붙는 싸움은 이들이 검찰인지 아니면 조폭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우제문과 그 팀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들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이 검찰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어떤 지점들을 만나게 된다. 도대체 저런 검찰들이 있기는 있는 건가 싶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검찰 내부의 적폐청산이라는 어찌 보면 <나쁜녀석들2>가 그리려는 그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다뤘던 <비밀의 숲>과는 너무 다른 행보다. <비밀의 숲>이 현실감 있는 검찰 내부의 권력 다툼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진실에 대한 갈망 같은 걸 실감나게 다뤘다면, <나쁜녀석들2>는 핏빛 캐릭터 액션으로 가득 채워놓은 한 편의 우화 같은 느낌으로 적폐청산에 대한 갈증을 담고 있다.

즉 그것이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상징처럼 보이는 것. 실제로 검찰과 조폭이 한 패거리로 뒤엉켜 각목과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 속에서 우리는 누가 검찰이고 누가 조폭인가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도대체 누가 더 나쁜 놈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나쁜 녀석들2>는 성인들의 우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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