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해진 월화극, 기승전멜로가 아직도 통한다고 생각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청률로만 따지면 지상파 월화극의 승자는 KBS <저글러스>다. <저글러스>는 9.4%(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2위인 <투깝스(7.7%)>와 3위 <의문의 일승(6.5%)>을 앞질렀다. 그런데 무엇이 <저글러스>의 시청률 1위를 견인했는가를 들여다보면 그게 그리 좋은 일인가가 의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달달한 멜로와 가벼운 코미디의 승리다. 결국 지상파 월화극 세 드라마 중 가장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그렸기 때문에 시청률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고 보인다.

<저글러스>는 아예 대놓고 이런 설정을 시작부터 드러낸 바 있다. 직장 상사를 보필하는 비서들을 이른바 ‘저글러스’라 부르고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점에서는 좌윤이(백진희)라는 인물이 가진 현실적 고충들(전업주부로서의 왕정애(강혜정)도 마찬가지)을 그려내며 무언가 사회의 수직적 시스템에 대한 나름의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던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6부를 남겨놓은 후반부에 이르러, 가장 주력하고 있는 건 좌윤이와 그가 모시는 상사 남치원(최다니엘) 사이의 달달한 멜로와,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전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전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중도유입이 가능하다. 그냥 보고 있으면 우리가 뻔히 아는 공식의 틀 속에서 남녀가 만들어가는 달달함을 느낄 수 있고 상황극 속에 드러나는 코미디에 웃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그나마 시청률이 나오는 건 ‘예측할 수 없는 전개의 몰입감’ 때문이 아니라 ‘익숙한 멜로 코드’를 드러내고 보여주고 있어서다.



MBC <투깝스>는 <저글러스>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그 수위를 놓쳐버렸다. 그렇게 된 건 차동탁(조정석)과 공수창(김선호)이 오가는 빙의 콘셉트가 갖는 흥미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게 돼서다. 처음에는 그 빙의를 통해 두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여기에 송지안(혜리)을 두고 벌이는 기묘한 빙의 삼각관계(?)도 독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빙의 콘셉트가 드라마가 진정 하려는 주된 메시지나 목표의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작은 상황극에 자꾸만 머물러 있으면서 드라마의 몰입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송지안과의 멜로가 뒤섞이면서 수사극과 멜로의 공존은 시너지보다는 몰입을 깨는 역효과로 이어졌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멜로가 아니라 빙의 수사극으로 긴박감 있게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SBS <의문의 일승>은 초반 너무 황당한 설정으로(감옥을 들락날락한다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그 결과 계속 이어지는 액션과 반전들이 그만한 임팩트를 갖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다시 고개를 드는 게 오일승(윤균상)과 진진영(정혜성)의 멜로다. 물론 이 멜로는 두 사람이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을 때 예고된 것이지만 장르물과 멜로의 연결이 시너지를 만들려면 먼저 장르적 색깔에 대한 몰입이 우선되어야 한다.

결국 현재 지상파 3사의 월화극은 전체적으로 소소해진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멜로로 흘러가고 있고 장르물이라고 해도 장르적 몰입감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힘이 빠질 수밖에. 무엇보다 ‘알고 보니 멜로’라는 지상파 드라마의 공식은 이제는 한계로 지목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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