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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나쁜 녀석들’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기사입력 :[ 2018-01-08 11:45 ]


‘나쁜 녀석들’ 상남자들의 혈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은 <나쁜 녀석들> <38사기동대> 등을 만든 제작진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삐뚤어진 세상을 삐뚤어진 이들이 바로잡는다는 클래식한 이야기다. 그래서 등장하는 인물들도 적폐의 온상인 검찰 조직에서 송곳처럼 삐죽 튀어나온 우제문(박중훈), 98아시안게임 권투 특채로 들어왔지만 마약에 손을 댄 장성철(양익준), 신념 때문에 몸담고 있는 조직을 배신하고 작은 식당을 하는 하 사장(주진모) 등 이른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삐딱선을 탄 캐릭터들이다.

드라마는 흉포한 범죄와 잔인한 폭력으로 과장되어 있지만 적폐 청산,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현실 감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유독 국가와 애국을 자주 찾는 서원시 지검장 이명득(주진모)은 적폐청산을 내세운 대통령이 들어서고, 판이 바뀌자 껄끄러운 부하 우제문을 총알받이 삼아 그간 함께 결탁해서 부패를 저질러온 조폭 출신 재벌 조영국(김홍파)을 쳐내려 한다. 그러나 가진 자들의 카르텔이 워낙 공고한 탓에 쉽지 않다. 그래서 우제문 검사에게 “법, 질서, 정의? 그런 걸로 나 못 잡아”라고 나직하게 으름장을 놓는 조영국이 극중에서 버릇처럼 많이 하는 말이 일장 설교 후 “이제 아시겠어요?”라고 나지막이 되묻는 거다.



드라마에서 그리는 비정한 세상은 실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호쾌한 액션 장면과 달리 명확한 피아 구분이나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부패한 기득권 권력의 카르텔은 공고하고 끊이지 않는 음모와 피아를 구별할 수 없는 참호전의 연속이다. 마치 <배트맨>시리즈처럼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연을 품고 있다 보니 정의구현은 인식의 혼란 속에 모호하게 이뤄진다. 이런 난장판에 어느 날 뚝 떨어진 신입 검사 노진평(김무열)에게 우제문은 “세상에 하얀 놈, 까만 놈, 이렇게 흑백으로 명확하게 나뉠 것 같지? 그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 다 회색이야”라는 의미 있는 말을 던진다.

선악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탓에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그 사이사이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대사들이 훅 밀고 들어온다. 정의, 국가, 상식 등 우리가 알고 믿고 배워온 기존 인식을 뒤흔드는 생각할 거리들이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그런데 전혀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명쾌하게 다가와 가슴을 뜨겁게 덥힌다.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가 추구하는 세계관인 지극히 단순 명료한 ‘쪽팔림’이란 단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꼬일 대로 꼬이고 어둡고 추악한 세상을 다분히 남자다운 정서와 가치관과 땀 냄새 가득한 수컷의 단순함으로 정면 돌파하려 한다. 계산? 훗날 도모 따위는 없다. 이 드라마의 정의구현이 미국 코믹스식 히어로물이라기보다 잿빛 도시에서 핏빛 의리와 우정을 나누는 홍콩 느와르처럼 다가오는 이유다.



검찰 총장실에 난입한 노진평은 검사로 사는 게 쪽팔려서 못 살겠다고 한마디로 제발 쪽팔리지 않게 해달라고 울먹인다. 부패 검사인 이명득과 결탁한 조영국의 오른팔 하상모(최귀화)가 조영국을 살해하려 하자, 하상모의 부하인 서일강(정석원)은 건달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게 쪽팔린다며 조영국을 보호하며 동료 조직원들을 때려눕힌다.

지난 6화에서 벌어진 서일강(정석원)과 장성철(양익준)의 결투 장면은 이런 상남자의 세계관을 극명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조영국(김홍파)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검경 단속반은 마치 <사망유희>의 이소룡처럼 동방파 조직원들을 뚫고 건물 위로 올라간다. 동방파 200대 검경 단속반 20인의 패싸움 통에서 맨 위층에 가장 먼저 도달한 장성철과 노진평은 최종 보디가드 서일강과 마주한다. 영장을 집행할 노진평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장성철은 서일강과 맞붙는데, 여기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장성철은 서일강의 눈길 한 번에 쥐고 있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을 내던진다. 체력과 체격 차로 인해 뻔히 질줄 알면서도 사나이답게 일대일 격투를 벌이다 장렬하게 얻어터진다.



바로 이런 낭만과 치기, 그리고 땀과 주먹으로 맺고 만들어가는 남자의 세계관이 ‘적폐’라 요약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빗댄 이야기에 녹여낸 세계가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다. 이제 거물이 되어버린 마동석은 없지만 <나쁜 녀석들>, <38사기동대>를 잇는 한국형 느와르 드라마의 세계관과 장르를 보다 충실히 굳혀 가고 있다.

한정훈 작가의 서원 시는 남자들의 세계다. 삶은 그 어떤 동네보다 퍽퍽하고 힘들지만 살아가는 의미는 그 어느 곳보다 명확한 세상이다. 이런 사나이들의 세상과 서사에 현실감각과 시대정신을 가미해 유치함을 경감시키고, 꽉 막힌 현실의 답답함은 과장된 폭력이란 액션 미학으로 풀어냈다. 법보다 가까운 주먹, 주먹보다 무서운 밥줄, 그리고 이러한 기득권층의 공고한 악의 카르텔, 앞뒤 재지 않고 쪽팔리게 살기 싫어서 다시 내지른 주먹으로 맞물린 먹이사슬로 한국형 느와르물의 생태계를 완성했다. 이 안에는 연애는커녕 비중 있는 여성 출연자조차 없다. 그럼에도 쪽팔림을 거부하는 상남자들의 혈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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