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상·조정석·백진희, 전면에 세우고도 이 정도밖에 못 만드나

[엔터미디어=정덕현] 화요일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지상파 월화극의 시청률 대결 기사들. 7.6%(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MBC <투깝스>가 가까스로 7.0%를 기록한 KBS <저글러스>를 제쳤다는 기사가 나온다. 지난주에는 <저글러스>가 살짝 <투깝스>를 앞질렀으니(8.1%:7.9%) 역전은 역전인 셈이다.

그런데 참 이런 기사를 접하고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누가 앞서고 누가 뒤처지는가가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신 동시간대 지상파의 최강자는 KBS1 <가요무대>다. 9일 밤 <가요무대> 시청률은 11.6%를 기록했다. 그것도 재방송이다.

물론 지상파의 시청률이라는 것이 고령자들의 취향을 더 많이 반영하기 시작한 지 오래지만, 이런 극명한 시청률 차이(그것도 재방송과 본방이 붙어)는 지상파 월화극의 참담한 상황을 잘 드러낸다. 특별한 이야기의 진전 없이 드라마들이 전부 멜로 타령을 하거나, 이야기의 현실성이 떨어져 연기자들의 연기 이야기만 나오는 지금의 월화극들은 사실상 전의를 잃거나 아예 전의가 없는 느낌이다.



여기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드라마가 어떤가에 따라 출연 배우들의 존재감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SBS <의문의 일승>에 출연한 윤균상은 제목과 달리 ‘의문의 일패’를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MBC <역적>으로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의 수상이 유력시 되었지만 무관이 된 건 아마도 그가 이 드라마를 촬영 중이라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윤균상은 <역적>에서 홍길동 역할을 소화해냈던 것처럼 꽤 묵직한 무게를 보여주는 배우다. 그래서 <의문의 일승>에서도 그는 같은 무게의 액션과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그런데 이 연기가 무색해지는 건 너무 황당한 드라마의 상황 설정과 전개다. 누명쓴 사형수가 가짜형사가 되어 사회 적폐들을 깨나가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전 대통령과 그 세력이다. 물론 그 상황이 전하는 상징적 메시지는 이해되지만 비현실이 지나치다는 것. 이런 상황에 연기를 제아무리 잘해도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정은 MBC <투깝스>의 조정석도 마찬가지다. 빙의 콘셉트를 장치로 가진 이 드라마는 형사와 사기꾼, 두 캐릭터가 한 몸으로 들락날락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국 그 몸체 역할을 하는 조정석의 하드캐리일 수밖에 없다. 조정석은 진중한 형사의 모습에서 순간 사기꾼의 가벼운 바람둥이 같은 캐릭터로의 변신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역시 코미디 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너무 지리멸렬하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많은데 굵직한 한 가지의 목표점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아 드라마는 좀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안쓰러워지는 건 조정석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드라마는 어느 한 사람의 안간힘으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혜리와의 멜로도 잘 살아나지 않으면서 드라마는 더더욱 힘이 빠져버렸다.



한편 KBS <저글러스>는 백진희의 고군분투만 눈에 띈다. 애초에 비서와 상사의 멜로 이야기가 갖는 직업적이고 성차별적인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어 공감대가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그나마 <저글러스>를 끌고 가는 건 백진희와 최다니엘이 엮어가는 달달한 사랑이야기다. 상큼발랄한 백진희의 면면이 아니었다면 이 수동적인 캐릭터가 주는 불편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드라마.

윤균상, 조정석, 백진희.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생기는 캐스팅이 아닐 수 없지만, 이들을 데리고도 월화극은 저마다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윤균상에게 의문의 일패를 안기고 있는 <의문의 일승>, 두 개의 ‘깝’이라는 조정석의 하드캐리만을 내보이는 <투깝스>, 제목 그대로 백진희 홀로 이리 뛰고 저리 던지는 저글링을 하는 듯한 <저글러스>. 실로 캐스팅이 아깝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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