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한 개냥’, 왜 쫓기듯 급하게 종영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반려동물 관찰 예능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이 지난 10일 종영했다. 방송사 내부에선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최종회가 전혀 마무리에 걸맞은 에피소드가 아니었고, 스튜디오 인사도 없이 몇 장의 사진과 한줄 자막으로 종영을 알린 것으로 미뤄보아 쫓기듯 급하게 끝맺음을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종영이 아쉽다거나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대화가 필요한 개냥>는 <개밥 주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연예인들의 일상을 반려동물이란 키워드로 풀어가는 관찰형 예능이다. 여기에 동물들의 시선에서 반려동물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심리관찰에 주안점을 둔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란 콘셉트를 내세워 차별화를 했다. 하지만 업계 터줏대감인 [TV동물농장]이나 <하하랜드>와 비교해 동물과 나누는 정서적 유대가 연예인의 일상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회적 스케치 차원에서 이뤄지면서 매우 농도가 옅었고, 심리관찰을 내세우기에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같은 트레이닝 팁과 반려동물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전문가가 출연해 반려동물의 이상 행동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직접 찾아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훈련법을 제시하지만 핵심 설정은 목욕신을 곁들인 남태현의 부암동 집 구경, 박인비의 판교 집 구경, 이정신의 하루 엿보기 등이다. 출연진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진중함이나 책임지는 자세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니 안 그래도 동물의 마음을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심리가 관찰될 턱이 없었다. 이런 기획의 빈자리를 대신해 메운 것은 연예인들의 집안과 소소해 보이는 일상을 공개하는 인스타 라이브 확장판 같은 장면들과 김구라와 유재환이 만나는 식의 이벤트성 에피소드다.

반려동물 시장이 크고, 출판시장에서도 알 수 있듯 공고한 팬덤이 있지만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육아예능처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스토리라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주 따라볼 이야기가 없다. 강호동이 한참 어려움을 겪던 시절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리와 나>가 대표적인 예인데, 함께 살면서 정을 붙여나간다는 일상성과 성장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다보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계속해 지켜볼 볼거리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 후로 2년여가 흘렀지만 <대화가 필요한 개냥>도 그때의 상황에 머물고 있다.



이수경, 이혜정, 도끼, 딘딘, 선우용여, 경리, 김완선, 서유리, 타이거JK와 윤미래, 윤은혜, 남태현, 유재환, 이소연, 이정신, 엄현경, 박인비 등등 지난 17회간 등장한 수많은 출연자들과 반려동물이 등장하다보니 누군가에게 정을 붙이고 따라보거나 동물과의 교감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지켜볼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데리고 이벤트성 에피소드를 만드는데도 한계가 있다 보니 공감대를 이룰만한 일상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박인비는 반려견 리오를 위해 목욕물에다 장미 잎을 띄우는 럭셔리 목욕을 하고, 이정신은 활동량이 적어 과체중인 반려견 심바를 위해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돌입해 반려동물 운동회를 준비했다. 윤은혜는 4시간 넘게 걸려 코담요를 만들었고, 이소연은 새해를 맞아 강아지들을 위한 떡국을 끓였다. 타이거JK는 윤미래를 위해 특별한 하루와 선물을 준비해 이벤트를 벌였다. 마지막 회에서는 바쁜 김구라가 펫시터가 되어 유재환의 반려견 명수를 한나절 돌봤다. 이런 식이다.



물론, 유기견 관련 내용 등 좋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캠페인이 시청자들에게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기견과 관련해 별다른 이야기 없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효리네 민박>이 오히려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하고 입양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보다 더 반향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예능에서 반려동물 콘텐츠는 반려동물 시장과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붐을 이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기른다고 다 예능을 즐겨보지 않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예능 시청자라고 해도 모두 반려동물 콘텐츠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특정한 스토리라인 없이 에피소드식으로 동물들을 보여주거나 연예인의 삶을 공개하는 데 급급한 기획을 하다 보니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넘어선 대중적 확장성을 아직 찾지 못했다. 제작진의 말대로 다음 시즌으로 찾아올 계획이라면 시청자들과 정을 나누고 일상을 공유할 스토리라인의 보강이 절실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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