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투어’, 김생민만이 아닌 캐릭터 투어의 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짠내투어>는 그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아예 김생민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을 상정한 듯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욜로’나 ‘힐링’이 여행의 한 축이었다면 이른바 ‘가성비’를 추구하며 ‘짠내’ 물씬 나지만 나름 괜찮은 여행을 또 다른 축으로 세운 것. 여기에 통장요정 김생민은 그래서 그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김생민이 보여주는 여행은 너무나 ‘짠내’가 나서 안쓰러움을 주면서도 그런 면들이 다른 멤버들, 이를테면 박명수나 박나래의 투덜거림과 어우러지면서 빵 터질 수밖에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방콕 여행에서 굉장한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것처럼 거창하게 얘기해놓고는 결국 그것이 “아시아에서 가장 맛좋은 오렌지주스”라는 얘기를 툭 내놓는 김생민에게서 우리가 빵 터질 수밖에 없는 건 그 캐릭터가 거기서 제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태국 방콕을 거쳐 홍콩에 이르면서 점차 느껴지는 건 <짠내투어>가 김생민 이외에도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여행이라는 것이다. 김생민이 한 마디로 짠내 나면서도 그 안에서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박나래는 아끼는 와중에도 즐길 건 즐기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투어에 반영한다. 그래서 일본 여행에서 그는 미슐랭 별점을 받은 음식점이 점심에는 특별가로 음식을 내놓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투어에 과감하게 그 코스를 집어넣었다.



여러 차례 지하철을 갈아타고 찾아가야 했지만 음식을 먹고 난 출연자들의 반응은 모두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여행에서 좋은 정보를 찾아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박나래는 보여준다. 방콕 여행에서는 왕가들의 휴양지에 숙소를 정해 그들의 휴양을 체험해보게 한 것도 그래서 박나래라는 캐릭터가 투영된 여행으로서 흥미를 주었다.

한편 정준영은 알려진 대로 워낙 해외에서의 생활을 해왔던 그 경험들이 여행에 묻어난다. 일본 오사카 투어에서 그는 차를 렌트해 교토로 가 전통적인 일본을 경험하게 해줬고, 방콕에서는 수상시장을 통해 베니스를, 산타크루즈 성당을 통해 포르투갈을, 그리고 미슐랭 추천 레스토랑에서 프랑스를 느끼게 하는 미식체험까지 하게 해줬다. 무엇보다 해외에서의 능수능란함은 다른 동반자들의 마음을 훨씬 더 여유롭게 해주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방콕 투어에서 박명수가 자신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말 한 마디가 만들어낸 홍콩의 명수투어에서도 역시 그의 성격이 묻어났다. 친절하게 대응해주려 노력하다가도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대는 모습이나, 숙소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비싼 곳을 정해 결국은 파산하고 마는 모습 역시 그의 캐릭터가 부가되어 색다른 여행의 맛을 느끼게 해줬다.

본래 여행이라는 것이 누가 그걸 계획하고 가이드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짠내투어>는 그래서 ‘가성비’라는 대전제를 세워두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저마다의 캐릭터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여행의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그 다양한 결을 비교하고 들여다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숨겨진 재미가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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