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그몬’, 잘 나가던 강호동의 후진 기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강호동이 5년 만에 토크쇼로 본격 돌아왔다. <아는 형님> <한끼줍쇼> <강식당> 등을 통해 진행방식과 캐릭터에 변화를 주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그가 유재석과 쌍두마차 체제로 예능을 이끌던 시절, 즉 가장 빛나던 전성기 시절 활약한 무대에 다시 섰다.

올리브와 tvN의 <토크몬>은 멘토와 멘티로 구성된 2인1조의 여러 팀이 모여 입담의 자웅을 겨루는 토크쇼다. 토크 고수로 알려진 예능 선수들이 ‘토크 마스터’를,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출연자들이 토크 원석인 ‘토크 몬스터’가 되어 짝을 이루고, 여기서 왜 이 단어가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페어플레이’에 입각해 ‘킹스몬’이 되기 위한 토크 배틀을 펼친다. 첫 회에서는 이수근, 홍은희, 신동, 소유, 장도연이 ‘토크 마스터’로 활약하고, 안무가 제이블랙, 뮤지컬 배우 정영주를 비롯해 권혁수, 임현식, 박인환, 가수 신유가 ‘토크 몬스터’로 출연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굉장히 기이했다. 에피소드, 장기 자랑, 리액션으로 점철된 토크쇼가 지금 왜 기획되었는지, 2017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강호동이 왜 굳이 버전을 다운그레이드해서 과거의 진행스타일로 돌아갔는지 의아함이 모든 재미를 앞선다. 우선, 스튜디오에 둘러앉아 입담으로 우열을 가린다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서부터 <서세원의 토크박스>가 아른거린다. 경쟁구도를 내세운 설정부터 그간의 커리어를 복기하는 에피소드와 장기자랑까지 요즘 예능과 매우 다른 결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가장 최근 개점한 토크쇼인 <인생술집>만 해도 술자리를 모티브로 삼아 출연자와 MC들의 인간미에 집중한다. 반면에 <토크몬>은 <놀러와> <강심장> 등과 같이 철저히 만들어진 이야기와 웃음을 재미의 자원으로 삼고, 과도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세일즈한다.



강호동은 과거 <야심만만> <강심장> <무릎팍도사> 등의 토크쇼에서 강한 에너지로 웃음을 강권하고 전염시키는 특유의 밀어붙이기 진행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리얼버라이어티로 건너가서도 굳건한 절대 권력의 형님 예능을 선보였다. 그러다 2010대로 접어들면서 바로 이 지점이 문제가 되어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다 오늘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반등의 계기는 에너지의 출력을 낮추고, 낮은 태도를 견지하면서부터다. 그러면서 생긴 기존의 빈자리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인간미로 채웠다. 선입견을 분질러 버리는 의외의 인간적인 매력과 진정성은 ‘사람’을 앞세우는 관찰형 예능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덕목이었고, 강호동은 그렇게 재도약에 성공했다.

그런데 <토크몬>은 인간적인 매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는 전형적인 옛날 방송이다. 진정성, 스토리, 캐릭터, 일상성 대신 댄스 신고식과 같은 장기자랑과 정용화의 익살스런 코너 소개, 삼행시와 같은 억지 콘텐츠, 과도한 리액션 유도와 감정 과잉의 에피소드, 패널과 방청객의 기계적인 웃음소리로 점철되어 있다. 게다가 강호동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 같은 과거의 모습을 서서히 끄집어내고 있다. 박수유도 등 과도한 리액션과 에너지로 밀고 나가는 특유의 진행방식이야말로 강호동의 한계로 지적받았던 구태의연함인데, 오랜 시간 애써 넘어선 산을 다시 되돌아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늘날 연예인의 장기자랑과 경험담을 맛깔나게 전하는 스튜디오 토크쇼가 대부분 사라졌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일상성과 공감대와 같은 정서적 효용가치와 지켜볼 만한 스토리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웃겨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조증마저 느껴지는 분위기는 자연스러움에 익숙한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별다른 메시지와 정보도 없다보니 보다보면 공허하기까지 하다.

물론, 모두가 관찰형 예능을 추구할 때 색다른 콘텐츠를 기획하는 건 훌륭한 일이다. 틈새 전략이기도 하고 강호동이란 연결고리가 있으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도 또한 충분히 말이 된다. 그런데 <토크몬>은 과거의 예능 콘텐츠를 오늘날 가져왔음에도 무엇 하나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변화나 새로움을 찾을 수가 없었다. 2010년대 이후 예능의 흐름 속에서 낡아서 버림받은 토크쇼의 형태와 기조를 그냥 그대로 가져오니 매우 생경하고 솔직히 당황스럽다.



<섬총사>의 스핀오프라 주장하는 <토크몬>은 일상과 여행을 다루는 관찰형 예능이 득세하는 오늘날 불시착한 예능처럼 느껴진다. 무려 강호동 정도 되는 인물이 유연한 태도를 갖고 노력한 덕분에 변화한 캐릭터로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마당에, 왜 과거 스타일로 되돌아갔는지 정말 모르겠다. 일종의 악취미인지 아니면 정체성의 혼란인지, 무언가 큰 그림을 준비하면서 반전을 노린 것인지 한 시간이 넘는 방영시간 내내 ‘굳이 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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