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예능, 출연자의 케미가 관건이 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로 시작한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는 시즌1을 경험해서인지 출연자들의 합이 착착 맞아 돌아간다. 시즌1에서 워낙 케미가 좋았던 윤여정과 정유미는 이번 시즌에도 역시 찰떡궁합이다. 뭐가 필요한 지 얘기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채는 정유미가 있어 윤여정은 좀 더 편안하게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음식 가격을 책정하고 새로운 메뉴를 결정하는 등 음식점 경영을 총괄하면서 손님 응대에 나서는 이서진이 있어 적은 인원으로도 음식점이 잘도 돌아간다.

여기에 새로 들어온 박서준은 음식점으로서도, 또 프로그램으로서도 최적의 역할을 해낸다. 윤여정과는 마치 아들처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유미와는 오누이의 케미를 보여주며, 이서진과는 형 동생의 편안함을 만들어낸다. 음식점에서의 역할도 서빙부터 재료 손질까지 손에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케미가 좋으니 방송이 좋을 수밖에 없다. 보는 이들이 그 관계만으로도 어떤 흐뭇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화되면서 출연자들의 케미는 더욱 중요해졌다. 단지 캐릭터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관계가 불편하거나 어색해지면 단박에 그 분위기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색깔에 맞춰 거기에 어울리는 케미는 그래서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되었다.



<윤식당>을 패러디해서 만든 <강식당>이 성공한 것도 거기 출연한 <신서유기> 팀들의 이미 검증된 케미가 작용해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서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톰과 제리 같은 툭탁대는 관계를 중심으로 <강식당>은 그래서 <윤식당>이 주는 힐링과는 달리 개업의 스트레스와 그래서 드러나는 갈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자 치고받는 가운데, 짐짓 “행복한 강식당”을 외치는 강호동의 캐릭터가 웃음을 주었고, 이수근의 깐족과 투덜대는 은지원의 면면들이 기묘한 조합으로 재미를 만들었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가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덕화와 이경규 그리고 마이크로닷이 보여주는 케미가 너무나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어서다. 지금은 상당히 방송하는 스타일이 바뀌었지만 사실 대중들에게는 아직도 이경규 하면 ‘날방’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경규가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최고참으로서의 위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어부>에서는 그보다 선배인 이덕화가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이경규의 그런 면면들은 상당히 누그러져 있다. 오히려 이덕화를 더 챙기는 모습이 나오는 것.



이덕화가 낚시라는 소재에 어떤 경륜을 담아 이 프로그램이 단지 가벼운 웃음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우리네 삶의 비의를 상징적으로 끄집어내는 느낌을 제공한다면, 여전히 젊은 마인드를 가진 그에게 훅 들어와 어린 나이에도 허물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마이크로닷은 다소 힘들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부여한다. 마이크로닷의 젊은 힘과 이덕화의 경륜, 그리고 이경규의 어디서든 예능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해져 <도시어부>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리얼리티 예능에서 누가 누구와 함께 출연하는가 하는 점은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누가 나오느냐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리얼리티 예능의 오래된 숙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닌 그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각각의 역할이 분명히 살아있고, 그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진짜 면면들에 의해 나타나며, 그 합의 균형을 이루는 것. 그것이 리얼리티 예능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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