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함보단 어색함이 가득한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에는 <우결>의 망령이 여전히 떠돌고 있다.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이하 <발칙한 동거>)에 대한 이야기인데, 스타들의 리얼 동거 라이프를 통해 유쾌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소개하는 <발칙한 동거>는 이미 3년 전에 끝난 판타지다. 연예인들이 일상을 드러내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보편적이고, 함께 지내는 모습은 <룸메이트> 등에서 여러 차례 접했던 볼거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설정, 캐스팅, 스토리텔링 방식까지 <우결>의 화려했던 유산을 관찰형 예능의 시대에 여전히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낮은 시청률과 시대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우리 결혼했어요>가 폐지된 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났다. 이 두 프로그램 간의 설정 차이는 가상 커플을 가상 동거로 바꾼 것 이외에 없다. <우결>이 10년 전 환희 화요비 커플부터 최근 이국주 슬리피 정도를 제외하곤 제작진이 모처에 마련한 장소에서 가상의 일상을 꾸렸다면, <발칙한 동거>는 한은정의 집에 김구라가, 걸스데이 유라의 집에 김민종이 들어가는 정도로 가상의 공간을 요즘 유행에 맞게 실제 일상 공간으로 달리했다는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다. 그래서 김승수 최정원 커플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결>과 <발칙한 동거>가 어떤 면에서 다른 프로그램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문제는, <우결>이 보여주던 연예인들의 가상 일상이 통하던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간판만 달리할 뿐 <우결>의 전략이 계속된다. 아이돌의 가상 연애는 없지만 아이돌에게 기대는 전략 또한 여전하다. 이번 주 윤정수, 육중완, 강다니엘, 옹성우, 김재환 등 다섯 남자는 MT를 떠났다. 여기서 이들은 웃음 가득한 야밤 탁구 대결이 펼쳐지는가 하면, 눈밭에서 웃옷까지 탈의하고 씨름 대결을 펼쳤다. 샅바 때문에 드러나는 뒤태에 꺄르르 웃고 무서운 이야기에 아이 같은 소스라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시절의 로맨스 판타지를 끌고 들어오는 것은 물론 워너원의 강다니엘과 옹성우, 김재환 등 아이돌에게 기대는 전략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복각이다.

MT도 뭐 갈 수 있고, 가상 연애도 못할 것은 아니다. 다양한 동거 생활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이들이 왜 뭉쳤는지, 출연자들이 왜 동거를 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프로그램이 그 이유와 목적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기서 리얼리티는 가상 일상보다도 후퇴하게 되고, 시청자들과 일상성을 공유하는 등의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한다.



그렇다고 실제 리얼버라이어티처럼 유능한 예능 선수들이 포진한 것도 아니고, 일상을 기반으로 하는 <미우새>나 <나혼자 산다>와 같은 출발선 상에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동거라는 콘셉트가 가진 차별화 지점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이 모두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가상 설정 속에서 강요하는 일상성과 판타지는 모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캐스팅 또한 패착이다. 이 프로그램의 하중을 담당하는 기둥과 내력벽은 김구라다. 돌싱이 된 김구라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로 한은정부터 지상렬 오현경과 함께 떠난 삿포로 여행까지 김구라의 지분은 상당하다. 그런데 김구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장점은 토크에 있다. 숨겨둔 인간미를 드러내고, 유사커뮤니티를 가족처럼 이끌어가는 관찰형 예능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아빠 본색>에서부터 <대화가 필요한 개냥>까지 반복된 도전 속에서 견적이 나왔음에도, 늘 똑같은 방식과 모습으로 관찰형 예능에 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구라나 제작진 모두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참고로 김구라가 품은 상황과 로망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은 이미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은 <불타는 청춘>이 있다.



그런 부담을 덜고자 이경규가 가세해 쌍발 엔진을 구축했다. 성규와 전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드디어 동거계약서도 작성했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조합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여전히 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이 납득하고 흥미를 가질만한 이들이 동거를 하는 이유나 시청자들의 일상과 맞닿는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가상현실을 벗어나 리얼리티를 추구하지만 사실상 드러내고자 하는 정서가 깔려 있지 않다보니 설정의 틀만 눈에 띈다. 액션 영화라고 한다면 와이어가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그래서 일까. <발칙한 동거>는 어딘가 어색하다. 요즘 예능의 외향을 띄고 있지만 자신의 체형에 상관없이 마네킹에 입혀진 코디를 그대로 착장한 듯한 어색함이 발칙함을 앞서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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