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재미는 있는데 젠트리피케이션 해결 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자는 취지로 백종원이 의기투합했다. 한 때는 사람들이 모여 들던 이대 앞이었지만 지금은 인적이 사라진 그 곳. 그 중에서도 더더욱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골목이 그 첫 번째 목적지가 되었다. 백종원은 그 곳이 그렇게 상권이 죽어버린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들었다. 장사가 잘 돼서 월세가 오르자 가게들이 빠져나가고 결국 손님들도 발길이 끊기게 됐다는 것.

<골목식당>은 그래서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공하고 또 방송이 힘을 더해 이 골목을 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백반집의 변신 과정. 백종원의 광팬이라는 이 집의 아주머니는 그러나 백종원의 지적 하나하나에 토를 달며 기분 상해했다. 결국 백반집의 주력 메뉴로 아주머니와 요리 대결까지 벌여 이긴 백종원이 조건을 내세운 개조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백반집은 대변신을 했다.

일단 식당 구석구석을 다 청소해 깨끗이 비워내고 요리 종류도 두세 가지로 단순화시켰다. 그러면서 이대 앞 학생들의 입맛을 고려한 레시피가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백종원에게 반발하던 아주머니는 어느새 ‘선생님’ 앞의 순한 양이 되어 한 마디 한 마디의 조언을 금이야 옥이야 받아들였고 그건 백반집에는 실로 좋은 변화로 이어졌다. 손님들은 연실 역대급으로 맛있다며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진 제육볶음과 순두부찌개를 상찬했다. 아주머니가 자신감을 갖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음식점들도 백종원의 솔루션 제공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식 라면집은 너무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백종원의 조언대로 더 어려운 레시피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오사카까지 날아가 유명한 라면집을 방문해 음식 맛을 본 라면집 주인아저씨는 그 맛을 재현해보겠다는 새로운 도전의식을 갖게 됐다.

너무 요리 시간이 길고 메뉴도 특징이 별로 없었던 햄버거집은 백종원이 제안한 떡갈비 햄버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단가도 낮추고 대신 특징적인 맛은 더 올린 떡갈비 햄버거를 시식한 학생들은 저마다 맛있다며 가게가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한편 메밀국수와 결혼했다는 아저씨네 가게는 쯔유 맛에 극찬을 받았지만 백종원의 조언대로 가게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요즘처럼 고용불안이 이어지는 시기에, 자영업을 꿈꾸고 그 중에서도 음식점을 생각하는 이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은 음식점 창업의 길에서 누구 한 명 조언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것이 이들 창업자들의 현실이다. 그러니 이들 앞에 갑자기 나타나 명쾌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그래서 실제로 변화해가는 음식점의 진화를 겪는다는 건 굉장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건 방송이다. 그러니 백종원의 솔루션만이 아니라 그 과정이 하나의 스토리로 묶여져 방송되는 순간, 그 곳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일단 이대 앞에 나갈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골목을 찾고픈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방송에 나왔던 그 집의 음식 맛이 진짜로 그렇게 맛있는가를 확인하고픈 건 방송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홍보효과라고 볼 수 있다.

백종원도 또 <골목식당> 제작진도 이처럼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겠다는 그 마음은 진심일 것이다.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고 그래서 도움이 되고픈 것이며, 그 과정이 주는 훈훈한 미담을 포착해내는 것이 프로그램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진심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게다.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건 그들의 목적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는 문제는 그렇게 해서 과연 골목 상권이 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한동안 그 골목을 찾는 이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상권도 살아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의 시작일 수 있다. 그들이 건물주가 아닌 상황에서는 언제고 월세는 올라갈 수 있고 그건 살려놓은 상권을 돈 있는 이들이 들어와 누리거나 혹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목식당>이 제대로 솔루션이 되기 위해서는 건물주들까지 포함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일정 기간 월세를 유지하는 조건에 합의한다거나, 하나의 문화운동으로서 뜻을 공유하는 과정이 담보되어야 백종원의 진심도 제작진의 진심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의 문제는 가게의 음식 문제보다 임대료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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