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원, 예능이미지 늘리는 전략이 중요한 이유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요즘 조금이나마 TV에서 밴드음악을 듣고 밴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데에는 김태원이 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김태원이 김구라의 추천으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 전만 해도 김태원, 임재범, 김도균, 신대철 등은 TV와는 담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김태원이 MBC 스페셜 등 몇몇 다큐물에서 털어놓았듯이, 당시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남자의 자격’에 고정 멤버가 됐을때만 해도 록커들 사이에서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대앞 같은 특정한 장소에 가야 접할 수 있는 록음락과 록커들을 TV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톱밴드’라는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 김태원이 속한 ‘부활’의 콘서트에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헤비메탈 록이 아닌 서정성이 담긴 록을 추구하는 김태원이 예능에서 만든 첫 캐릭터는 국민할매이다. 부활의 보컬이었던 박완규조차도 김태원의 예능 출연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국민할매는 국민약골 이윤석보다 더 강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국민할매’ 김태원이 예능에서 잘 먹힌 것은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웃음을 주는 개그감도 한몫했지만 자신의 굴곡진 삶이 대중에 어필한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김태원만큼 더 바닥까지 가본 방송인은 없다는 사실은 리얼 예능의 시대에는 좋은 무기였다.

김태원은 당시 출연하던 예능마다 마약 복용으로 두 차례나 교도소 신세를 진 과거를 털어놨다. 오히려 이런 전력과 솔직함이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감성적 무기가 됐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김태원의 예사롭지 않은 인생 자체가 더욱 솔직하고, 인간적이며 감동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최근 ‘힐링캠프’에서 “돈이 없어서, 배가 고프고, 이런 차원이 아니고, 음악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괴로웠다. 정처없는 시대요.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까지 갔다. 그만큼 고독했다. 차비도 없었을거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태원의 예능출연은 동료의 반대가 있었음에 불구하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자신의 록음악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예능에서 ‘국민할매’의 이미지, 굴곡 심한 스토리도 많이 소비되며 식상해져갔다.
 
그럴 때 김태원은 ‘위대한 탄생’에서 ‘마음이 따뜻한 멘토’로 예능 캐릭터를 자연스레 변화시켜나갔다. 백청강, 이태권 등 외인구단 제자들에게 “당신의 도전이 마음답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던 모습은 큰 인상을 남겼다. 기술과 테크닉을 중시하는 멘토가 아닌,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멘티를 만드는 멘토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후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에서는 지휘자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합창단원을 이끌고 가는 마에스트로이긴 한데 자신도 처음이어서 대선배 지휘자로부터 기본부터 하나하나 배우면서 쩔쩔 매는 ‘생초보 지휘자’라는 면이 예능에서는 재미를 만들었다.
 
말수를 줄이고 무게를 잡는 듯한 마에스트로 컨셉이었다면 거부감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신비주의와 무게 잡는 카리스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김태원의 지휘자 컨셉은 결과적으로 영민한 전략이 됐다.

이제 김태원은 원래의 예능, 국민할매로 돌아왔다. 김태원도 예능에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됐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국민할매 이미지가 식상했으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라는 주문은 아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모습이면 좋다.

‘남자의 자격’은 멤버들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청춘합창단이후, 야구와 시인되기 등을 소재로 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자의 자격’에서 멤버들의 개성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멤버들도 돋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남격’의 3대 에이스는 이경규, 김태원, 전현무다. 이경규는 너무 나서면 안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으며, 전현무는 상황과는 무관하게 자력갱생하는 캐릭터다.
 
그렇다면 김태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할매→따뜻한 멘토→초보 지휘자로 연결되는 자신의 예능이미지 늘리는 전략이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느냐와 전반적으로 다소 처진 ‘남격’의 분위기를 살려낼 수 있느냐가 동시에 걸려있는 문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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