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의학드라마인데 이 색다른 느낌은 뭐지?

[엔터미디어=정덕현] 복수를 하기 위해 의사가 됐다? tvN 새 월화드라마 <크로스>는 의학드라마지만 그 설정 자체가 색다르다. 아버지를 죽이고 장기를 모두 적출해내 팔아먹은 희대의 살인마 김형범(허성태)에 복수하기 위해 강인규(고경표)는 의사가 된다. 사고로 뇌 손상을 겪은 후 가진 서번트증후군으로 놀라운 실력을 가진 천재 레지던트지만 그는 복수를 위해 병원이 아닌 살인마가 복무하는 교도소에서의 복무를 택한다. 그를 아주 조금씩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서.

아버지가 죽고 남게 된 강인규와 그의 여동생을 거둔 양아버지 고정훈(조재현)은 남다른 휴머니즘을 가진 의사다. 하지만 강인규는 오랜 지병으로 결국 죽음을 맞게 된 여동생의 장기기증을 결정한 고정훈을 용납하지 못한다. 죽은 아버지의 배에 남겨진 상처를 고스란히 여동생도 갖게 만든다는 사실이 그를 분노하게 하는 것. 그는 자신의 가족이 가진 희귀 혈액형 때문에 아버지도 또 여동생도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고정훈에게도 똑같이 불타오른다.

김형범이 강인규의 아버지를 죽이고 장기를 적출해낸 건, 희귀 혈액형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그건 살인이다. 반면 고정훈은 또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강인규의 여동생의 장기를 이식한다. 그건 의술이다. 그런데 강인규에게 그것은 같은 맥락의 일로 느껴진다. 살인이든 의술이든 가족의 몸에 칼을 댔다는 것. 의사가 칼을 들면 의술이 되지만 살인자가 칼을 들면 살인이 된다. <크로스>는 바로 이 같은 칼이 의술이 되기도 하지만 살인이 되기도 하는 그 양면을 강인규라는 인물이 가진 딜레마로 풀어낸다.



그래서 복수를 하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의사가 된 강인규라는 인물이 탄생한다. 하지만 복수심이 살인자를 살해하겠다는 칼을 쥐게 만들어도, 그는 결국 의사다. 그래서 교도소에 처음 찾아간 날, 김형범에 의해 자상을 입은 재소자를 놀라운 외과 실력으로 살려낸다. 유리에 찔린 장기를 개복 후 봉합하고, 간에 박힌 유리조각을 육안으로 찾아내 뽑아낸다. 그 행위는 그가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생명 앞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의사라는 걸 드러낸다.

<크로스>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이질적인 요소들, 어찌 보면 전혀 상반된 것들이 서로 겹쳐지는 상황을 그리는 특이한 드라마다. 의사와 살인자는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처럼 느껴지지만 그 칼끝이 어떻게 어떤 의도로 타인의 살갗에 닿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로 겹쳐지기도 한다. 또한 <크로스>는 의학드라마로서의 병원이라는 공간과 범죄드라마로서의 교도소라는 공간이 겹쳐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강인규라는 인물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와 대결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강인규의 폭주와 그런 그조차 끌어안으며 의사의 길을 가게 하려는 고정훈이 대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싸움은 강인규의 내부에서도 벌어진다. 살인자가 될 것인가. 의사가 될 것인가.

의학드라마의 변주지만 그래서 <크로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담아낸다. 같은 행위라도 어떤 의도와 가치를 갖고 행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강인규라는 문제적 인물이 가진 딜레마와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못내 궁금해지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