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린 ‘달팽이호텔’이 주는 힐링과 넘어서야할 숙제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런 곳에서 일상을 벗어난 하루 이틀을 보는 일,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이 아닐까. 아마도 tvN 예능 <달팽이호텔>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일 게다. 굳이 제목에 ‘달팽이’라 적시해 넣은 건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느릿느릿’ 게으름을 즐겨보는 시간이 주는 힐링을 프로그램의 중요한 공기를 잡아넣기 위함이다.

정선의 호젓한 산 속에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의 한 대목처럼 “체크아웃은 할 수 있어도 결코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은 그런 호텔을 경험하게 하는 것. 지배인으로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선 이경규는 앞으로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호텔을 재단장하고 그들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준비하느라 고심했다.

사실 이런 콘셉트가 새롭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이미 JTBC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공간이 주는 힐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주는 훈훈함이 남겼던 그 잔상과 여운이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팽이호텔>의 제작진이 밝힌 것처럼 다른 지점이 없는 건 아니다. 손님이 일반인들이 아니고 유명인들이라는 점이 그것이고 무엇보다 출연자의 차별성이 가장 크다.



물론 요즘 같은 시기에 일반인들이 아닌 유명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것이 장점이 될 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하기에는 유명인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좋은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유명인들이 이 낯선 호텔에서의 전혀 다른 일상과 마주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새로움은 또 다른 흥미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제작진들은 게스트 선정에 신경을 쓴 느낌이 역력하다. 너무 ‘연예인스러운’ 게스트보다는 예능에 많이 나오지 않았거나, 어딘지 일상이 궁금한 게스트들이 주로 선정되었다. 우리에게 ‘담다디’로 잘 알려져 있는 15집 가수 이상은은 대표적이고, 국악 소녀로 이름나 있는 송소희나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배우 김재화, 클래식한 음악의 세계를 가진 아재 김광민 그리고 올곧은 소신으로 대중적인 호감을 가진 노회찬 의원이 그들이다. 그들은 유명인이지만 단순한 유명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지 다른 느낌을 가진 게스트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차별성은 이 호텔을 운영해가는 이경규, 성시경, 김민정에서 나온다. 이경규는 특유의 깐깐함과 귀차니스트적인 면면이 어우러진 지배인으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주고, 벨보이면 벨보이, 요리면 요리, 음악 서비스면 음악 서비스까지 척척 해낼 해결사로서 성시경이 자리해 있으며 무엇보다 이 호텔에 윤활유 같은 존재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김민정이 있다.

성시경이 손님들 대접을 위해 꺼내놓는 숨은 요리 실력이 궁금해지고, 그와 오누이 같은 훈훈함을 만들면서도 어딘지 의외의 아재미를 드러내는 김민정의 새로운 면모가 기대된다. 어떤 면에서는 최근 대세로 자리하며 여러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경규보다 김민정 같은 새내기의 매력이 더 기대되는 건 바로 거기에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성 같은 게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팽이호텔>이 가진 또 하나의 큰 힘은 음악이 아닐까 싶다. 성시경을 투입한 건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흘러나오게 만드는 유인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은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언젠가는’을 그 곳에서 듣게 될 걸 기대하는 김민정의 준비된 관객 역할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빙의시키기에 충분하다. 송소희의 국악과 김광민의 클래식의 만남 또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달팽이호텔> 첫 방은 아직까지 이 많은 차별점들을 보여줄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효리네민박>과의 비교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과연 <달팽이호텔>은 이런 호불호에서 드러나는 한계를 넘어 이 프로그램만의 독자적인 웃음과 재미, 힐링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시청자들도 한번쯤 찾아가고픈 그런 독특한 호텔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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